이번 20대 총선에 나서는 주요 4개 정당들이 각각 내세운 간판은 ‘시장활성화’(새누리당), ‘경제민주화’(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국민의당), ‘소득분배’(정의당)다.

주요 정당 경제강령 비교

<자료=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1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경우 19대 총선과 대선에서 핵심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이번 총선에서 빠졌다. 시장활성화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누리당은 2012년 전면 개정한 강령 이전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더민주당은 19대 총선에서 일자리·복지·경제민주화 등을 강조하며, 일자리 수 확대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가 핵심공약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경제민주화를 4순위에 두고 기초연금 30만원·청년일자리 70만개·주거안정 등을 우선순위에 배치했다.

국민의당은 공정경제를 내세우며 정치변화를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정의당은 소득분배와 재벌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유권자는 정당 공약에 대해 한 표를 행사하고, 나머지 한 표는 후보자 공약에 행사해 뒤틀린 대의민주주의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니페스토본부는 이와함께 주요 정당 10대 핵심공약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은 재정계획 등 공약가계부 공개를 거부하고 있고, 더민주당은 중부담·중복지 기조를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주요 정당 공약이행 재정 공개현황

<자료=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재정설계 빠진’ 새누리당=새누리당 정책공약집에는 정당 중 유일하게 개별공약에 대한 재정설계가 빠져 있다. 소요 예산이나 정책이행기간, 재원조달 등을 대부분 생략했다. 공약의 이행가능성을 스스로 낮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새누리당은 증세없이 세입구조 내에서 4년간 4조3000억원으로 10대 핵심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했다. 지난 19대 총선 공약에서 44조5735억원이 필요했던 것과 비교하면 1/10로 축소된 것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당내 갈등으로 작용한 증세없는 복지 확대 논쟁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때, 재정설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비겁한 일”이라고 혹평했다.

◇‘연기금 활용 논란’ 더민주당=더민주당은 150개에 달하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147조9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민주당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재정과 복지 분야의 개혁을 통해 연평균 17조4000억원 ▲비과세 감면 정비·탈루소득 과세 강화·법인세 정상화 등 조세개혁을 통해 연평균 13조7000억원 등 5년간 68조6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연기금에서 매년 10조원 가량을 활용해 5년간 5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국민연금 활용 여부다. 국민연금 설립 취지를 규정한 현행법에 반하는데다 국민 여론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더민주당이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중부담·중복지라는 공약기조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 무책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요 정당 10대 핵심공약 현황

<자료=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예산추계 의문’ 국민의당=국민의당은 10대 핵심공약 중 청년 기회제공 및 사회안전망 강화에 4조6000억원, 양질의 일자리와 임금격차 해소에 800억원, 노인빈곤 문제 해소에 연간 1조원, 사교육비 부담 완화에 연간 5000억원 등을 제시했다.

공약이행을 위해 5년간 46조2500억원이 필요하며, 추가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세출예산을 조정하고 건강보험재정(3조5000억원)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규모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약에 대해 ‘투자성 재원’이라는 설명을 달아 전체 재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매니페스토본부는 “건강보험재정 활용은 사회적 합의 없이 정치권이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아니다”라며 “예산추계의 적절성 여부가 의문인데다 제도개선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제도개선 미지수’ 정의당=정의당은 상대적으로 제도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제도개선 폭이 너무 커 정부입법과 상충되는 경우가 많아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지는 미지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의당은 생애주기별 복지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부세액에 10~20%를 부과해 사회복지세(20조원)로 활용 ▲사내유보금 10% 할증과세 등 세율개편(8조4000억원) ▲과세표준 누진세율 상향 조정(4조원)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 등 재산세 종부세(8조5000억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안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내수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재원조달 방법이 적절한가에 대해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총평을 통해 “이번 4·13총선을 통해 유권자는 입법권과 국정감사권, 예결산심의권을 위임할 300명의 입법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여야 정당들은 2017년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의 예비선거쯤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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