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저녁회의 때문에 김밥·떡볶이·순대·오렌지 등 간식거리와 과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화주문을 받은 콜센터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받아 적은 뒤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사기 시작한다. 1시간여 뒤 장바구니를 건네 받은 택배기사가 오토바이를 몰고 지역본부에 배달했다.

망원시장의 배달서비스인 ‘걱정마요 김대리’ 홍보 포스터 앞에서 실제 모델인 망원시장 채소가게 상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이러한 ‘장보기 배달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의 명칭은 ‘걱정마요 김대리’다. 회사에서 다과 등을 준비할 때 대개 여직원이나 대리급 직원들이 맡아 하는 것에 착안해 이처럼 이름을 지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망원시장의 배달서비스에 주목, ‘소상공인과 서비스산업 융합’의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대형마트 입점 저지운동서 비롯된 아이디어=망원시장내 점포수는 모두 86개로 소규모 재래시장에 속하는 편이다. 지난 2013년 망원시장 인근에 홈플러스가 입점하기로 했고, 대형마트가 인근 상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사례를 숱하게 봐 왔던 터라 상인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망원시장 상인들은 피케팅 시위를 벌이는 등 대형마트 입점 저지운동에 나섰다.

홈플러스 합정점측과 수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상생협약’을 맺었다. 홈플러스 합정점이 떡볶이·순대·오뎅·쇠고기·망고·이면수 등 15개 품목을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른바 ‘재래시장판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인 셈이다. 또 그해 연말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망원점을 폐점하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와 상생협약을 맺은 것은 망원시장이 처음이라는 게 이곳 상인회장의 전언이다.

장바구니 물건을 싣고 배송하는 택배기사   ©중기이코노미

망원시장 상인회 서정래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중소기업청에서 ‘장보기 배송서비스’ 사업을 실시했는데, 이에 착안해 다소 변형된 형태로 운용키로 했다”며 “점포상인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이들을 설득하는데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단순히 노약자들의 장바구니를 대신 들어주거나 옮겨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재래시장에 오지 않더라도 주문에서 배달까지 원스톱으로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택한 것이다.

◇콜센터에서 원스톱 서비스…단체·기관 이용 ‘동반성장’=망원시장은 지난 2014년 8월 장보기 배달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서비스는 ‘콜센터-장보기-배송’ 등으로 이뤄진다. 씻은 과일, 살만 바른 족발 등 소비자의 까다로운 요구도 들어준다.

소비자들의 호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매출증가가 눈에 띄지 않았다. 서비스는 일반 소비자를 넘어 회사·학교 등 단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인근 홍익대학교다. 상인회는 홍익대 총학생회를 찾아 축제기간에 재래시장 배달서비스를 이용해 줄 것을 적극 홍보했다. 그 결과 2014년 홍대축제때 26개 학과가 1600만원 어치를 주문했으며, 지난해에는 참여학과가 배로 늘어나 58개 학과가 2800만원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재래시장을 돕는 차원을 넘어, 서비스에 만족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된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또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부도 주요 고객 중 하나다. 사실 ‘걱정마요 김대리’라는 이름을 지은 이가 북부지부다. 북부지부는 아예 다과회·회식·야유회 등 사내행사 준비에 망원시장 배달서비스를 지정해 뒀다.

망원시장의 배달서비스는 ▲콜센터 직원 1명 ▲장보기 도우미 1명 ▲택배기사 1명이 맡았다. 10㎏·20㎏·20㎏초과 등 중량에 따라 배송비가 다르며, 5만원 이상이면 무료로 배송해 준다. 지난 한해 동안 콜센터를 통해 들어온 주문 건수는 1781건, 주문액은 1억6100만원에 이른다.

망원시장 배달서비스 배송센터(콜센터)   ©중기이코노미

서 회장은 “재래시장과 연계한 차별화된 콘텐츠 덕분에 시장상인들의 매출도 늘었다”며 “인근에 있는 회사나 기관·학교 등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등 동반성장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망원시장의 배달서비스가 대형마트와의 힘겨운 경쟁속에서 전통 재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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