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테이블에 놓여있는 개성공업지구 배치도. 그 너머로 식품사업을 준비하며 채취한 식재료로 담근 술이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경협보험은 들지도 못했습니다” A업체 B대표는 피해규모를 묻는 기자에게 보험도 들지 않은 상황이라 막막하다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경협보험)은 우리기업이 북한에서 공단 운영을 중단하는 경우, 손실금액을 보장해 주는 보험이다. 수출입은행에서 운영한다. 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의 피해가 인정되면, 최대 70억원 한도로 피해금액의 90%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단 운영이 다시 가동되면 보험금을 반환해야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개 업체 가운데 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79곳이다.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A업체는 2010년 공장 화재로 손실을 입었다. 정부에서 재보험을 들어줘야 하는 화재보험 등을 가입하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했다. 불에 탄 원부자재 값을 매월 임가공비로 대납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갚아나가고 있다. 그때 자본이 잠식됐고, 경협보험 가입조건이 안돼 가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업체는 개성공단에서 종이케이스, 쇼핑백 등 포장재 임가공을 하는 회사다. 개성공단 현지에 공장부지, 공장시설 등에 투자한 자금만 25억원, 두고 온 원부자재는 20억원 어치에 달한다고 한다. 이 업체는 마진이 박한 임가공 사업을 접고, 식품사업으로 전환하기위해 허가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이번 일이 생겼다.

A업체는 마진이 박한 포장재 임가공 사업을 줄이고, 식품사업을 새로 준비하던 중 개성공단 폐쇄 소식을 들었다.   ©중기이코노미

B대표는 “지금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기업들과 상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들을 내몬 것인데 보험을 운운할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토지, 건물, 영업권, 매출감소 등 피해금액 전액을 보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내에서도 형편이 좀 나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보상요구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국내 브랜드와 유통망을 가진 아웃도어나 의류, 시계 기업들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낫지만, 소규모 임가공 업체나 재하청 기업들은 개성공단에 대부분의 매출을 의지하고 있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는 얘기다.

“지금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이 대출을 해준다는 것인데, 정부에서 대출해준다 해도 대출조건에 맞는 기업은 10곳도 안될 겁니다”

그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처음 공장을 짓기 위해 이미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자금을 대출받았다. 또 2013년 3차 북핵실험으로 개성공단이 6개월 동안 가동 중단된 뒤 재가동을 할 때도 손실을 보전하고 재투자를 위해 추가로 대출받은 기업들이 많다. 아직 그 대출금도 다 상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자격도 안되거니와 해준다 해도 결국 빚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업체가 추진하려던 식품사업 중에는 ‘들쑥술’이라는 품목이 있다. 사진은 북측 주민들이 들쑥을 채취하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사업하는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개성까지 왜 갔겠습니까?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라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해외로 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우리 피해 뿐 아니라 거래처 피해까지 기업들이 책임져야 할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자국에서 마음 편히 일하는 것이 사업하는 사람들의 바람이며, 중국·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지어 나가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사업을 할 만한 정상적인 경제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B대표는 말했다.

“요즘 잠을 못잔다. 술에 의지하자니 몸이 이겨내질 못하고 마음으로 다 내려놔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다. 이런 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최근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음독자살을 시도했던 개성공단 M사 대표를 언급한다.

“그 양반 나이도 젊고 열심히 했던 사람인데 안타깝죠. 정부에서 빨리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이런 사람들 계속 나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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