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경기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가설이 있다. 이른바 ‘정치적 경기순환론’이 그것이다.

정치적 경기순환이란 선거때 집권당이 다시 집권하기 위해 경기호황이 이뤄지도록 확장정책을 펴고, 재집권에 성공하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실시한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재집권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거직전에는 경기부양책을, 선거직후에는 긴축정책을 취하는 정부의 행동이 경기순환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정치적 경기순환론은 1975년 미국의 경제학자 노드 하우스가 가설을 세웠는데, 이 가설이 미국·독일·뉴질랜드·아일랜드 등의 국가에서 실증적으로 입증됐다. 우리나라도 정치적 경기순환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집권여당은 차기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부정책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선거가 있는 해에 대형 국책사업을 펼쳐 경기를 부양시키거나 사회복지 관련 지출을 대규모로 편성해 유권자의 표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대통령(정당)과 주요 경제변수의 변화

<자료=한국조세연구원>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공화당 정부인 닉슨 대통령 시기다. 닉슨은 1차 집권시(1969~1972년) 재선을 위해 집권 후반기에 급격한 통화팽창 및 재정팽창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단행했다. 예를 들면 ▲미망인 연금 수혜 비율 100% 확대 ▲저소득층 소득 보조 도입 ▲물가-임금 통제 정책 실시 ▲자동차소비세 철폐 등이다. 선거 승리후 닉슨은 물가-임금 통제 정책을 다시 거둬들여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된 재정정책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2007년까지 복지예산규모를 살펴보면 선거직전이 가장 높았고, 다음이 선거직후, 선거가 없는 해가 가장 낮아 전형적인 정치적 경기순환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선시기와 경기변동 추이

<자료=한국조세연구원>

우리나라도 정치적 경기순환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다소 오래된 자료지만, 2011년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실시된 대통령 직선제 이후부터 정치적 경기순환이 발생했다.

대선 시점 이전에는 실업률이 하락하고 물가도 다소 안정세를 보였던 반면, 대선 직후에는 실업률과 물가가 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공공행정분야 지출, 오락·문화·종교분야 지출, 도로·수송 및 통신분야 지출 등을 비롯해 부동산 정책·사회간접자본(SOC) 정책·금융정책 관련 지표들이 대선 시기와 맞물려 급증했다.

역대 대선 시기별로는 전두환 대통령 집권 후반기인 13대 대선이 가장 뚜렷했다. 그 다음으로 15대, 14대, 17대, 16대 순이었다. 경기가 정치 사이클과 관계없이 다소 안정된 시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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