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 종종 20대 청년사업가들을 만난다. 얘기를 듣다 보면 이들의 창업은 30~40대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절감한다. 30대 이상 창업자들은 기존 직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사업을 꾸린다.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며, 시장 안에서 거래처로 삼을 수 있는 인맥도 있다. 

20대의 유일한 무기는 아이디어다.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으니 노하우랄 게 없고, 인맥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사업화 과정에서 갖가지 어려움에 부닥친다. 기존 업체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청년사업가들의 말이다. 동등한 사업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애송이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한 20대 창업자는 “초면에 반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어려서 잘 모를 거라는 생각에 납품단가를 올려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20대 중반의 여성 사업가를 인터뷰한 일이 있었다. 이 대표는 여성기업인으로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나이 지긋한 거래처 관계자들이 미팅에서 “젊은 여자 대표니 싹싹하게 굴어야 한다”며 은근한 신체 접촉을 요구하는가 하면, 다큐멘터리를 찍던 방송사에서는 “수영장에서 비키니를 입은 장면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단다. 방송용으로 ‘좋은 그림’을 만들어 보고자하는 욕심이었을 것이다. 

청년사업가들이 시장의 동등한 플레이어로 존중받기를 바란다. 현장 경험이 부족하니 시행착오도 많고 서투른 부분도 있을 테다. 그러나 이들도 엄연한 기업가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니즈악,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모두 20대에 회사를 차렸다. 지금은 대단치 않아 보여도 10년 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말이다.

언론에서도 청년사업가의 나이만 부각시키며 호들갑을 떠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청년사업가라는 수식어가 이목을 끌기 좋은 건 맞지만 근본적으로 옳은 방향은 아니다. 잘하고 있다면 그것만 가지고 호평을 하면 되지 굳이 나이를 들먹이며 ‘20대 치곤 잘했다’는 뉘앙스를 내비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