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해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등으로 터키가 주목받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고 중동과 북아프리카, 인도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거점인데다, 이슬람국가 가운데 개방적이며, 인구도 많아 잠재력이 큰 소비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터키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기업도 늘고 있지만, 현지 바이어와 거래할 때는 그들의 비즈니스 관행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 연구소가 6일 주최한 ‘터키-중앙아시아 지역 시장진출 세미나’에서 코트라 공태원 과장은 “이스탄불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당시 2012년 총 3건에 불과했던 무역사고가 2015년에는 18건으로 늘었다”며 “바이어 관행으로 피해를 입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인만큼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 과장에 따르면, 중동·터키 문화권에서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낮아도 우선 판매독점권부터 확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성급하게 판매독점계약을 맺을 경우, 에이전트 실적이 부진해도 계약을 파기하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법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 판매권을 돌려받으려면 최소한 2~3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법체계가 현지인 중심이기 때문에 사실상 승소하기도 어렵다는 게 문제다.

공 과장은 “판매와 관련해 바이어가 독점권을 원할 경우 계약서로 명시하지 말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한동안은 독점권을 부여한다는 식으로 구두로 약속하라”고 제안했다. 만약 바이어를 믿고 판매독점권을 맡길 경우에도, 1년 정도 짧게 계약하라고 조언했다.

바이어와의 가격협상에도 주의해야 한다. 공 과장에 따르면, 터키 바이어들은 제품을 보고 우선 감탄과 찬사를 늘어놓다가, 가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샘플을 달라고 요청한다. 기업이 샘플을 주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때부터 가격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샘플을 시험해 본 결과, 가격이 성능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깎기 시작하는 경우다. 결국 계약이 성사되지 않거나, 예상한 금액의 절반 정도에 계약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 터키의 경우 수입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물건이 터키세관에 도착했을 때, 수입자가 물건을 포기하는 문서를 보내지 않으면, 수출국으로 다시 보낼 수 없는 규정이 있어 이를 악용해 가격협상을 하기도 한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 연구소가 6일 주최한 ‘터키-중앙아시아 지역 시장진출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대금을 결제할 때도 유의해야 한다. 터키의 비즈니스 관습상 대금결제 기한은 대부분 60일에서 180일 정도로 길다. 처음부터 외상거래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 심지어 오랫동안 거래를 했음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외상거래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될수록 외상거래는 하지 않는 게 좋고, 선수금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게 공 과장의 얘기다. 어쩔 수 없이 외상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면, 신용장 거래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에 가입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

이와함께 제품납기도 신경써야 한다. 터키와 지리적으로 멀어 납기지연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 과장은 “한국에서 터키로 제품을 납품하는데 평균 30~45일, 길면 55일까지 걸린다”고 했다. 특히 “터키는 통관이 까다로운데다, 재수출하거나 다른 기업에 최종적으로 납품하는 기업들이 많아서 납기지연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기한을 여유있게 잡아 협상하고 사전에 양해를 구하라”고 말했다.

공 과장은 “터키의 경우 파트너의 영향력이 커, 대기업들도 대부분 현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했다”며 “기술과 능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있는 파트너를 만나면 성장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터키에 진출하기 전에 박람회와 무역사절단 등을 통해 동향을 파악하는 등 시장조사를 미리 해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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