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실태⑤]“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안 미쳤다면 거짓말이겠죠. 거래처에서 ‘제때 납품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 섞인 시선이 이따금씩 느껴집니다. 그럴 땐 참 난감하지만, 계약된 물량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당혹스러웠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A업체. 물류창고에 납품 대기중인 박스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중기이코노미

전남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A업체는 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선정된 후 이듬해 개성공단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초기 멤버다. 백색가전 내부에 들어가는 와이어링 하네스를 전문적으로 제조하고 있다. 인체의 혈관에 비교할 만큼 섬세하고 세밀한 기술력을 요구하지만,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LG 등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 B씨는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의 초석이 되기위해 개성공단에 입주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개성에 연면적 7000㎡ 부지의 2층 건물을 세웠다. 북측 근로자 400여명과 함께 무결점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냈다. 회사가 창립된 지는 벌써 46년째다. 그런데 이번 개성공단 폐쇄로 최대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물류창고에서 대기중인 차량.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대북사업 비중이 40~50% 가량 차지하고 있어 피해는 불가피하다. C씨는 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013년 북측에 의해 개성공단이 중단됐을 때 경협보험금을 받았지만, 6개월 뒤 재가동됐을 때 보험금을 다시 반환하라고 독촉장을 받기까지 했다”면서 “그럴거면 차라리 대출을 받지 누가 경협보험에 가입하겠느냐. 게다가 경협보험이 투자자산의 90%까지만 보장하고 있어 한계”라고 지적했다.

경협보험은 ‘불가항력적 위험’에 해당될 때 보험금을 지급받는다. A업체처럼 경협보험에 들지 않은 기업은 전체 입주기업 123곳 중 44곳(36%)이다.

한편 중기이코노미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실태를 취재하면서 입주기업 3곳 중 2곳은 “노코멘트”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개성공단 사업이 활발했던 당시 남북경협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무재해 목표달성 인증패’   ©중기이코노미

패션계에선 꽤 알아주는 중견기업인 F업체의 경우는 사무실이 다소 혼란스런 가운데서도 일에 다시 집중하는 분위기였지만, 끝내 대표나 홍보책임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 기자가 해당 주소지로 찾아간 G업체는 지난 주에 회사를 이전해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은 말 한마디가 자칫 우리 정부의 오해를 살 수도 있고, 혹시 자기 회사에 불이익이 갈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여전히 개성공단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곳임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노코멘트’라고 말한 한 업체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아 문을 나서는 기자에게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보다는 유사시를 대비한 위기관리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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