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방자치단체마다 수십쪽에 달하는 ‘지방 중소기업 발전계획’을 만들고 있지만, 두루뭉술하게 작성해 놓는가 하면 성과분석조차 단 1~2줄에 그치고 있는 등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해당 사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각 지자체들의 ‘지원사업’ 작성 사례

<자료=중소기업연구원>

특히 지역내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거시통계(산업통계)를 기초로 작성할 경우, 지역의 산업 발전구상이 왜곡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자체마다 많게는 수천억원을 들여 지방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칫 엉뚱한 곳에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천억씩 지원…성과분석은 ‘단 2줄’=13일 중소기업연구원 ‘지방 중소기업 발전계획 수립 현황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마다 발간한 ‘지방 중소기업 지원사업’ 항목과 내용 등이 제각각이다. A지자체의 경우 ‘지역산업마케팅 지원사업’에 각 항목별 소요예산을 기재하지 않은 채 사업내용만 열거했는가 하면, B지자체는 아예 이 마저도 뺀 채 총액만 기재했다.

한 지자체에서 작성한 평가의견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전년도 사업에 대한 성과분석도 주먹구구식이다. C지자체는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실습학생, 기업체 재직자 직무교육, 창업 강화 등을 통해 많은 호응을 얻었음’ 등 단 2줄만 작성한 결과보고서를 내놨다.

이처럼 담당자의 주관적·정성적 검토만으로 사업계획 및 평가가 이뤄져 사업의 정확성도, 객관성도, 신빙성도 떨어진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가 지방 중소기업을 위해 지원하는 예산은 지난해 기준 2조5446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된 사업 건수도 1245건이다.

예산 규모별로는 서울시가 4603억원으로 중소기업에 가장 많이 지원했다. 경기도는 전년도(4853억원)보다 20.5% 감소한 3859억원이었다. 사업과제 수로는 전북도가 144건(225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제주도 118건(735억원), 전남도 89건(1565억원) 등의 순으로 서울시(86건)보다 많았다.

지방 중소기업 지원예산 규모

단위:억원, %, 건<자료=중소기업청, 중소기업연구원>

◇지원 기관·사업 조정할 ‘컨트롤타워’ 필요=지자체는 지방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지방중소기업 발전계획안’을 작성해 이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한다. 하지만 이처럼 성과분석이 미흡한데다 작성한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지역의 산업 발전구상이 자칫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남도의 경우 화학제품 분야가 생산액의 절반 이상(53.3%)을 차지한 반면 식료품은 8.1%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가 화학업종 중심으로 발전전략을 수립할 경우 지방 산업발전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의 사업체 및 고용인원 수를 살펴본 결과, 화학제품 관련 업체는 424곳(1만4610명)인 반면 식료품은 이보다 무려 41배가 많은 1만7507곳(15만367명)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체가 모여있는 서울의 한 산업단지 전경.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연구원 홍운선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수립한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미흡하거나 나아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원사업이 획일화될 우려가 있다”며 “지자체가 지역내총생산(GRDP)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작성할 경우 예산낭비만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어 “각 지자체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과 지원사업을 중재·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라면서 “지자체가 미온적일 경우 중소기업청 산하 지방중기청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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