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접전지역도 많았고, 이변도 속출해 일주일이 다된 지금도 선거 결과를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간다. 여당 대 야당의 대결뿐만 아니라 여당 내 진박, 친박, 비박계열 인사들 간의 경쟁구도도 재밌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이 가운데 새누리당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소선거구제하 45년만에 야당 국회의원이 당선된 것은 매우 의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다. 대구 수성구갑에서 2전3기만에 62.3%를 득표한 김부겸 당선인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여·야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번 승리로 김 당선인은 일약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견고한 지역주의의 벽을 허문 것은 그의 진심때문이라는 평가다. 새누리당에서 지역과 무관한 유명인사를 내세워 읍소전략으로 안일한 선거유세를 하는 동안 김 당선인은 곳곳을 다니며 민심을 얻으려 노력했다.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다. 그의 진정성이 담긴 지역 맞춤형 공약은 결국 수성구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특히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50대 이상에서도 많은 표를 얻었다.

김 당선인이 내세운 ▲수성 의료지구 SW 클러스터 내 청년기업 타운 조성 ▲대구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채용 의무화 ▲청년 주거복지 실현 ▲차등없이 노인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등은 무분별하고 헛구호에 그칠 수 있는 개발공약과는 엄연하게 다르다.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24년 동안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최하위였고, 지난해 기준 노동자 평균 월 임금총액은 267만원으로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낮은 대구의 실상을 파악한 것이다. 결국 지역주민 실생활에 다가서려는 ‘진정성’과 지역주의에 기반한 또는 강조한 ‘낡은 정치’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여당 텃밭에서의 이번 결과가 찻잔 속 돌풍으로 그칠 게 아니라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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