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회사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하이콘셉트(high-concept)’가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에 이미지를 심는 디자인 영역이 중요시될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뇌과학과 경영통찰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기업 대표하는 하이콘셉트를 창조하라=정 교수는 기업에서 하이콘셉트를 활용한 예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를 모토로 내건 배스킨라빈스를 꼽았다. 골라먹는 재미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의 아이스크림을 떠올려, 서로 다른 두 개의 개념을 일체화시킨다는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회사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하이콘셉트가 있는가를 생각해보고, 소비자가 회사이름을 듣고 떠올릴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인지적인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지식노동자 종말의 시대가 왔다”며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컴퓨터가 분석적·언어적·수리적 사고를 지배함에 따라 인간은 컴퓨터 분석을 바탕으로 품질과 가격을 통한 혁신은 물론 고객에게 경험, 디자인, 스타일, 스토리 등 감성적 무형적 가치를 제공하는 전뇌적 사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품질이 좋고 값싼 제품은 당연한 가치이고, 좌뇌와 우뇌를 사용하는 전뇌적 사고를 통해 대체가 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야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우선한 경영자의 의사결정 필요=때문에 전뇌적 사고를 요하는 디자인이 중요해진다. 정 교수는 “아이폰은 디자인을 우선한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반영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정재승 교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이오·뇌과학자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기업에서는 디자인팀과 기술개발팀의 의견이 종종 충돌한다. 정 교수는 디자인팀이 의견을 제시할 때 ‘스타일이 좋고 편리하다’, ‘멋있다’ 등의 모호한 표현을 쓰는 반면 기술개발팀은 ‘비용이 얼마이고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 된다’ 등의 명확한 수치를 제시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은 명확히 수치화한 의견을 좋아하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때론 디자인의 가치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과 스타일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하는게 앞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창의적 사고’ 실패를 통해 나온다=그렇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산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혁신은 계획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계획되고 예측할 수 있는 모든 일은 혁신이 아니며, 혁신은 성공하고 나서야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회사는 창의와 혁신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진행돼야 하는 단순업무는 인센티브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 교수는 “혁신은 인센티브를 통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10% 정도의 구성원들에게 실패해도 좋으니 자발적으로 팀을 만들어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라고 권장해, 회사가 혁신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실패를 중요한 경험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창의적인 사람은 전혀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어떤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사람은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 분야에서 5~10년 경력이 있으며, 그들의 실패를 통해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창의적인 사고는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뇌가 활성화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에 뇌를 최대한 많이 써야 하고,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 혁신의 실마리를 엉뚱한 방향에서 찾아낼 수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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