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신흥 투자처를 물색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해 인도는 7.5% 성장하며 신흥국 중 유일하게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중국을 대체하는 성장엔진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20일 류상철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부국장은 대한상의와 한국은행이 공동주최한 글로벌 경제금융교육에서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이상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만큼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 뒤에는 선진시장의 도움이 있었다고 전제했다. 류 부국장은 “과거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활용했고,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지금은 성장엔진이 꺼졌다. 미국은 2%대, 유럽은 1%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신흥국은 스스로 성장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뤄볼 때 인도는 중국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류 부국장은 “중국 경제수준도 아직 혼자 설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안 좋으니 힘이 다한 것”이라면서도 “다른 신흥시장인 러시아, 브라질과 비교하면 많이 하락한 것도 아니다. 중국이 조금 주춤하는 것 가지고 너무 그런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류 부국장은 ▲장기적인 경기침체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청년실업 ▲초완화 금융정책 ▲부채과다 ▲금융중개형태 변화로 인한 금융불안 등 6가지를 세계경제의 ‘뉴 노멀(New Normal)’로 꼽았다. 기존 경제이론(Normal)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 문제다. 고용 없는 성장, 성장 없는 고용이 장기화되고 있다. 류 부국장은 “이전에는 성장과 고용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안정적인 관계에 있었으나 지금은 무너지고 있다”며 “2007년 66.6%였던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5년 62.6%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성장 없는 고용도 문제다. 고용인원이 늘기는 했으나 임시직 등 질 나쁜 일자리만 늘었다는 뜻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청년층의 임시직 비중이 늘고 있다. 2012년 유럽 27개국 20~24세 노동자의 임시직 비중은 10년 전보다 10%p 상승한 40%에 육박했다. 25~29세 노동자의 임시직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중개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류 부국장에 따르면 가계는 전통적으로 지출의 역할만 해 왔다. 경제활동으로 돈을 벌고 지출을 한 뒤 남은 돈을 은행에 맡겼다.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이 돈을 빌려 투자했다. 대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생산적’ 대출이다.

이제는 가계가 돈을 빌리는 주체로 바뀌었다. 남는 돈을 저금하지 않고 부동산에 투자한다. 기업은 돈을 빌려 투자를 늘리는 대신 유보금을 쌓는 실정이다. 가계와 기업의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류 부국장은 “부동산 투자를 위한 가계대출은 ‘비생산적’ 대출이다. 건설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일반적으로는 경제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대출”이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부채액은 늘고 있지만 GDP 성장은 그만큼 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성장 없이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류 부국장은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부채와 외화부채가 맞물리며 발생했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가계부채에서 비롯됐다”며 “부채 문제는 나라별로, 시기별로 다르지만 부채가 과도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