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온갖 추악하고 기업윤리를 저버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면서 증거를 없애거나 실험결과를 왜곡·조작한 정황들이 드러나는가 하면, 5년이 지난 지금 뜬금없는 사과로 보상을 약속하는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이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국적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서울대·호서대에 의뢰해 유해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를 줄곧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이 의약학 전문가를 통해 확인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와 인간 폐손상간의 인과관계가 명백하다는 의견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옥시는 두 대학에 의뢰하면서 유리한 실험결과가 나오도록 ‘뒷돈’을 전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또 롯데마트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 브랜드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 소환에 앞선 피해보상책이여서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옥시 역시 21일 “좀더 일찍 소통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2011년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임산부들이 사망하면서, 정부 조사를 통해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다. 피해자가 500여명을 넘고 그 가운데 영유아를 포함해 140여명이 사망했다. 마트 등에서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생활용품이라서 당시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해당 기업들은 지난 5년이라는 시간동안 이 사건에 소극적이었다. 그 이유는 잘못해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면 처벌을 받지 않거나, 받아도 솜방망이에 그칠 수 있다는 비뚤어진 판단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이 엄중하다. 결코 정상참작이 있어서는 안된다. 법망을 피해가려는 의도 역시 처벌대상이 돼야 한다. 더 이상 피해자가 억울한 세상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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