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공기관이 사업성과를 부풀리는가 하면, 연구결과가 불량해 ‘자격미달’로 지목받은 연구자를 국가연구과제에 참여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또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기업이 법원에 공탁금을 맡겼지만, 이를 그대로 덮어두고 환수조치를 하지 않는 등 행정난맥을 보이고 있다.

22일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산업단지공단(산단공)·산업기술진흥원(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지역산업 육성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벌여 위법·부당 등 총 13건의 행정처분을 21일 내렸다.

◇산업부, 국가사업에 지역안배 안해=산업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에 따라 광역경제권거점기관지원사업(광역거점사업)·경제협력권산업육성사업(경제협력권사업)·지역특화산업육성사업(지역특화사업) 등을 추진했다. 산업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예산의 90%를 경제협력권사업과 지역특화사업에 짜도록 했다.

2005년 이후 지역사업 유형별 예산규모 현황

단위:억원<자료=감사원>

하지만 감사결과, 광역거점사업이 전체예산의 절반 가량(47.6%, 3964억원)을 차지했다. 게다가 지역별 예산이 0원에서 756억원까지 천차만별이어서 지역별 균등분배 원칙마저 훼손했다.

감사원은 “전체적인 추진목표와 예산배분 기준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예산을 편성했다”며 “지역균형발전에 맞게끔 편성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산업부의 2014년 지역특화사업을 조사한 결과, 고용률과 매출액 등이 부풀려진 사실을 적발했다. 고용의 경우 1.8배, 매출액의 경우 16.9배나 과다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단공, 횡령기업 공탁 보고받고도 면제=감사원은 최근 4년간 추진한 산단공의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1248개를 평가한 결과, 84개 과제가 부적절한 것으로 지적했다. 감사결과 ‘연구결과 불량’ 등을 이유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재받은 교수·대표이사 등 5명이 84개 과제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연구개발비를 유용하다 적발된 기업체 2곳이 이듬해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에 또 선정돼, 2억7280만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산단공은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가 구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아 행정난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감사원(사진)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단지공단, 산업기술진흥원에 대한 감사를 벌여 위법·부당 등 총 13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중기이코노미

이와함께 산단공은 사업비를 유용·횡령한 경우 사업비를 환수할 수 있고, 귀책사유가 드러날 경우 수사기관에 형사고소·고발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당한 기업체 2곳이 관할법원에 3800만원을 공탁했지만, 산단공은 지역본부로부터 이를 보고받고도 공탁금을 환수조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채권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임의보고한 뒤, 사업비 전액을 면제대상으로 처리했다. 현재 이들 업체는 폐업한 상태다.

◇진흥원, 대학 제출서류 검토없이 국비 지원=감사원이 ‘채용조건부 R&D사업’을 감사한 결과, 3개 대학이 지원조건에 미달했음에도 58억6400만원의 국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청지역의 A대학은 목표인원 7명 중 3명만 채용했으며, 제주지역의 B대학은 절반(2명)만 채용했고, 대구지역의 C대학은 7명 중 6명만 채용했다.

이 사업은 지역기업의 연구역량을 끌어올리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국책과제다. 국비지원액 1억원당 1명 이상을 연구직으로 채용하고, 1년이상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 등을 위반할 경우 지원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진흥원은 대학에서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감사결과 나타났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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