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계약서로 서비스센터 대리점에 ‘갑질’을 일삼아온 애플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받고 약관을 대폭 바꿨다. 애플이 진출한 전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계약서로, 이를 시정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유)가 애플 공인서비스 제공업체와 체결한 계약서에서 20개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약관에는 애플이 언제든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애플이 서비스센터로부터 주문 받은 제품이 아닌 유사품을 공급해서 수리에 문제가 발생해도 애플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애플은 사전통지 없이 서비스센터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내용을 바꿀 수 없게 됐다. 또 지금까지는 애플이 수리업체의 주문을 수락했더라도 배송 전이라면 마음대로 취소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어려워진다. 애플이 정품이 아닌 유사품을 보냈다면 서비스센터가 이의를 제기하고 거절할 수 있는 권한도 생겼다.

계약서를 영어로만 작성하고 다른 언어로 번역하지 못하게 했던 조항도 고쳤다. 개정안에서는 “계약은 영어로 체결되고 한국어 번역본이 제공될 수 있으나, 영문본과 국문본이 충돌하는 경우 영문본이 우선한다”고 바꿨다.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와 서비스센터 모두 대한민국 법인이고, 약관에 따른 준거법도 대한민국 법임에도 약관에서는 한글로 번역할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규정했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공정위는 전 세계에서 적용되는 애플 공인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서가 한국에서만 시정됐다는데 의의를 뒀다. 공정위는 “이번 약관조항 시정을 위해 미국 본사에서 계약서를 총괄하는 법무 담당자가 공정위를 방문했다”며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