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창명씨가 교통사고를 낸 후 잠적한 것과 관련, 석연치 않은 해명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창명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30분 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자신이 몰던 포르셰 승용차로 신호등을 들이받았다. 사고 후 이씨는 사고를 수습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고 연락이 두절됐다. 사건 현장은 매니저가 수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그가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행적과 해명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건 후 20여시간 만인 21일 오후 영등포경찰서에 출두한 이씨는 음주운전 사실을 부정하고, 사고로 인해 가슴통증을 느껴 매니저에게 현장 수습을 맡기고 인근 병원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또 잠적에 대해서는 시급한 사업 약속 때문에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갔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어서 사고 후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한 것이다.

무엇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도덕성이다. 사고수습을 본인이 직접하지 않았다는 것, 사고를 뒤로한 채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사업약속 때문에 대전에 가야했다는 것, 휴대폰 배터리 충전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인명피해도 없고, 큰 사고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인가.

전문가들은 그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사건 당시 혈중 알콜 농도를 확인하기 어려워 음주운전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명 피해가 없고 공공시설만 파손된 상황이라 고의적으로 파손한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이 곤란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54조 ‘사고 후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을 적용해 벌금이 부과될 수 있지만 그 금액은 크지 않다.

대중들은 좋든 싫든 여러 채널을 통해 연예인들을 보게 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일정시간이 지난 후 방송에 복귀하는 일이 당연시 된다면, 특히 청소년들은 어떤 해석을 할까. 이번 사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없고, 경찰조사 마저 흐지부지 돼 얼마 지나지 않아 TV를 통해 그를 다시 보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도덕성은 아이들 말로 정말 ‘노답’이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