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야당 대표가 구조조정 문제를 끄집어 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이뤄내야만 우리나라의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그만큼 절박한 과제이자, 불가피한 과제가 됐다는 얘기다. 이미 알려졌듯, 석유화학·섬유·해운·조선·철강 등 5개 기간산업은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에 허덕여 구조조정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손실만 무려 1조5000억여원에 이르며, 한진그룹 오너 조양호 일가는 경영난에 봉착한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했다. 조선업계 세계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이미 3000명 감원설이 나돌고 있다.

구조조정을 왜 해야 하는가.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경영이 어려우니까 사업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렵게 됐을까. 사양산업으로 사라지는 업종도 있을 테고, 발전속도가 뒤떨어져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다. 하지만 앞서 지목된 5개 산업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부족해서 빚어진 경우다. 다시 말해 과잉생산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과잉생산에 이르게 된 게 근로자의 책임이 아닐진대, 기업들이 솔솔 인원감축을 시도할 모양새다.

이에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기업의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과 대주주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보다 근로자 해고에만 초점을 둔 채 구조조정을 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업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인력감축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방안이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산업은 부채 때문에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여력도 없다. 몇 천명 해고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구조조정이 장기적이고 상시적인 과제라고 한다면, 사회안전망을 확보한 뒤 풀어가는 게 순리다. 모처럼 거야(巨野) 국회가 된 상황에서 야당은 정부의 구조조정을 마냥 인정하기에 앞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을 먼저 마련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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