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계기로 미소(美蘇) 냉전 재발을 우려하는 한편으로, 미국의 에너지 기술과 도덕적 정당성 확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즈 프리드먼 씨의 칼럼을 국내 매체가 소개한 내용이다.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대략,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분야 자신감을 획득한 미국이 러시아와 경쟁을 벌일 경우 냉전시대 우주경쟁만큼이나 이 분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정도의 시각이다.

물론 기업이나 정치인에 대한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개악’이 되지 않도록 정해진 룰을 준수하고 청정에너지 기술력 발전에 힘쓰되, 탄소세와 같은 관련 세제 도입으로  청정에너지 발전의 기반을 닦으라는 것이다.

옳고그름은 역사의 몫으로 남겨두고, 이 주장을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우리나라 규제개선 움직임에 대입하면 묘하게 합이 맞는다.

먼저 기업은 ‘무임승차’만은 자제해야 한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규제개선 노력에 편승한 민원제기가 한창이다. 저탄소차협력금과 같이 논의가 마무리 단계인 사안에까지 손을 대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규제개선의 핵심은 수직적·강제적 정부방침이 아닌 수평적·자율적 노력으로 공익과 개별주체 사익을 함께 늘리는 것이다. 공익을 버리고 사익을 도모하는 놀이판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좀 더 그럴듯한 말로 ‘게임의 룰’을 깨면 다시는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다. 정부 시책에 편승해 ‘공짜표’를 들이밀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나중에 몇배 더 무거운 벌금까지 물어내야 할지 모른다. 

규제완화로 얻어질 이익을 어디에 쓸 것인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엄두내지 못했던 사회공헌, 이를 통한 산업과 사회의 진일보에 기여할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규제개선과 이로 인해 얻어질 기회와 이익의 확대는 우는 아이에게 쥐어준 사탕 하나와 다를 바 없다.

‘속도전’ 양상으로 치닫는 작금의 ‘규제개선 파티’야말로 야당 입장에서는 수권정당의 자격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쇼케이스다. 역사는 자기모순과의 끝없는 싸움의 결과물이다. 현재의 규제 체제는 수십년 전 군사정부 통치이념의 화석일 수도, 작용과 반작용의 결투가 빚어낸 생채기일 수도, 우리 안에 내재된 구시대적 사고의 산물일 수도 있다. 최소한 “규제는 좋은 것, 완화는 나쁜 것”이라는 프레임만큼은 걷어내리라 기대한다.

야당은 정부당국와 개별 사익 주체들이 보지 못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먼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강화하고 미래 세대에 빚지지 않도록 옥석을 골라내야 한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줄을 세우되, 불가역성이 야기할 치명적인 부작용도 가려내 돌려세워야 한다. 정부 당국이 조급증에 걸리지 않도록 어깨를 두드려주고, 필연적으로 발현될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에도 눈을 치켜떠야 한다. 무엇보다 “퍼센트” 논리에서 자유로운 만큼, 참신하고 품격있고 파괴력 있는 각론들도 내놔야 한다. 징징대기만 하는 정치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애초부터 “착한 규제와 나쁜 규제”로 나누는 것 자체가, 생물 체계를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종(種)과 못 먹는 것”으로 나누는 것만큼이나 비과학적이다. 사회와 시대상에 부합되거나, 너무 낡았거나, 아니면 너무 앞서가거나 할 뿐이다. 이번 규제개선 총력전이 민주화되고 합리성이 고양된 사회에 맞는, 단정하고 개성넘치면서도 기능성까지 좋은 새 옷 맞추기로 마무리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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