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경기가 급강하해 저점을 찍은 후 2~3분기 내 플러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2016년 체제’는 큰 진폭없이 몇 년간 정체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고, 전 산업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성장동력마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과거에 경험했던 경제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27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현 경기와 과거 경제위기와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1970년 고도성장기 이후 지금까지 모두 다섯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1972년 부실기업(8·3조치) ▲1975년 1차 오일쇼크 ▲1980년 2차 오일쇼크 및 국내 정치격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그것이다.

국내 경제성장의 파고

생산자 제품 출하지수 기준<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내 경제위기의 히스토리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앞선 1~3차 경제위기 때는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면,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환율급등으로 수출이 증가한 덕에 위기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회복한 듯 보였지만, 2010년 이후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지금까지 경기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2016년에도 위기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내수침체, 중국발 리스크, 저유가 등을 꼽았다.

①가계부채와 내수침체=지난해 9월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10.4% 증가한 1166조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한계기업수 현황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또 외부감사대상 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좀비기업) 비중이 2009년 8.2%(1851곳)에서 2014년 10.6%(2561곳)으로 2.4%p 상승했다. 내수침체에 따라 부실기업도 늘고 있는 양상이다.

②중국발 리스크=최근 몇 년간 미국의 회복세를 바탕으로 대미 수출비중이 다시 높아진 반면, 중국·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비중은 주춤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중국발 리스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미 수출비중이 2011년 12.5%에서 2014년 15.6%로 3.1%p 상승했지만, 중국·동남아 수출비중은 전년대비 1%p 가량 축소했다.

대중국 수출비중 현황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③저유가=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연평균 유가를 배럴당 38~40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또 산유국들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카타르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3개국과 러시아 등이 감산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낮아 공급과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저유가 기조로 인해 조선·건설업의 경우 플랜트 수주가 줄어 관련업계가 초비상이다.

④펀더멘털은 양호하지만=장기 저성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경상흑자와 외환보유액 등으로 펀더멘털(경제기초)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059억달러며, 외환보유액은 3680억달러다. 또 무디스·스탠더드앤푸어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AA- 등으로 상향 평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유진 수석연구원은 “펀더멘털은 양호하지만,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경기지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등 과거 위기와 달리 대기업 지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건설·조선 등 불황업종을 포함한 다수 업종이 리스크 요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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