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대표노무사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따라 6개월 미만 근무한 월급제 근로자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해고하고자 하는 날의 최소한 30일 이전에 해고예고를 하든지, 해고예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은 ○○학원에서 2009년 5월21일부터 영어강사로 근무하던 중 2009년 7월6일 해고예고 없이 해고됐다. 청구인은 사용자를 상대로 한 해고예고수당청구소송에서 패소했고(1심), 이어진 항소심에서 근기법 제35조 제3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항소 및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청구인은 2014년 1월2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고예고제도

근기법 제26조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사용자가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않는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동법 동조 단서에 따르면 천재·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 해고예고 없이 즉시 해고할 수 있다. 또 근기법 제35조에 따르면 ▲일용근로자로서 3개월을 계속 근무하지 아니한 자(제1호) ▲2개월 이내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제2호)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제3호) ▲계절적 업무에 6개월 이내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제4호) ▲수습사용 중인 근로자(5호)는 해고예고 적용제외 대상자에 해당돼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다면 즉시 해고할 수 있다.

사용자의 해고예고의무는 개별 근로자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하므로, 해고예고에 관한 권리는 근로의 권리의 내용에 포함된다.<자료=비자트>

심판대상조항은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근무기간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는 새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한 보장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의 권리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없이 근무기간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를 6개월 이상인 월급근로자나 주급, 일급, 시간급 등 다른 형태로 보수를 받는 사람과 차별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

헌법 제3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함으로써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근로권에 대해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 뿐만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포함되는데,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막기 위한 권리로서 건강한 작업환경, 정당한 보수, 합리적 근로조건의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헌재 2007.8.30. 선고 2004헌마670)”고 전제하고 “근로기준법에 마련된 해고예고제도는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인 해고와 관련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갑자기 직장을 잃어 생활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근로자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사용자의 해고예고의무는 개별 근로자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하므로 해고예고에 관한 권리는 근로의 권리의 내용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해고예고제도의 법적성격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근로의 권리로 인정함에 따라 해고예고제도의 구체적인 기준은 헌법 제32조 제3항 근로조건 법정주의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입법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고예고 적용대상 근로자의 범위, 해고예고기간 등을 정함에 있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되지 않는 경우 위헌이 되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해고예고제 기준을 정함에 있어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근로권과 관련 입법형성의 재량이란 입법자가 헌법상 근로의 권리를 형해화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법률의 내용, 제재수단, 입법형식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이른바 재량권이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재량권을 고려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상 허용되는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합리적 이유 없이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근기법 제35조 제3호가 ‘헌법상 허용되는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근거와 관련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근로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하는 입법자가 해고예고제도를 마련함에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익을 고려해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6개월 미만 근무의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볼 수 있다는 점, 근로기준법 제35조의 다른 사유 ‘일용직(1호), 기간제(2호), 계절적 업무(4호), 수습근로자(5호)’의 경우 근로관계 계속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6개월 미만 근무의 월급제 근로자와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위헌판단에 고려됐다.<자료=비자트>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은 월급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관계의 성질과 관계없이 근무기간이 6개월 지나기 전에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예고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처럼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사람을 해고예고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합리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위헌판단의 근거를 밝혔다. 아울러 ‘6개월 미만 근무의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볼 수 있다는 점, 근로기준법 제35조의 다른 사유 ‘일용직(1호), 기간제(2호), 계절적 업무(4호), 수습근로자(5호)’의 경우 근로관계 계속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6개월 미만 근무의 월급제 근로자와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위헌판단에 고려됐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평등권을 명시하고 있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를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근로계약에 별도의 정함이 없는 이상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근로자나 그 이상인 근로자나 근로계약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6개월 미만 근로한 월급근로자도 전직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고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러한 필요성이 6개월 이상 근무한 월급근로자보다 적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근로기준법은 심판대상조항을 제외한 다른 조항에서는 월급근로자를 주급·일급 또는 시간제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호하고 있다”며 “유독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에 있어서만 월급근로자를 주급·일급 또는 시간급 근로자와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차별에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은 근무기간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를 근무기간 6개월 이상인 월급근로자나 월급제 이외의 형태로 보수를 받는 근로자와 합리적 근거없이 차별 취급”을 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은 지난 2001년 동일한 심판청구사건에서의 합헌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6개월 미만 월급제 근로자 해고예고 적용 제외 조항에 대해 “근로자보호와 사용자의 효율적인 기업경영 및 기업의 생산성이라는 측면의 조화를 고려한 합리적 규정”이라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또 평등원칙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는 “월급근로자와 월급이외의 형태로 보수를 지급 받는 근로자 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결과적 차별은 입법자가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서 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만들만큼 중대한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라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2001.7.19 선고 99헌마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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