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해 경제계 최대 이슈였던 경제민주화의 담당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다. 현장에서 기업들의 활동을 직접 규제하고 고발권을 행사하며, 국회에서 만든 법안의 시행령을 만드는 주부무서이기에 공정위는 2013년 한 해 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년 지난 한 해 동안 공정위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동시에 공정위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오지 못하지 않았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노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작년 4월 취임 이후 ‘경제원칙에 입각한 공정거래정책 운영’이라는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지켜왔다”며 “직접적인 가격관리나 출점제한 등 경쟁촉진과 거리가 있는 정책은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했고, “부당 단가인하나 가격차별의 경우에도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부당성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노 위원장이 스스로 ‘경제원칙’을 충실히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제한하는 출점제한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민간 자율협약을 통해 시행하는 제도인데 이를 ‘경제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점은 우려스럽다. 공정거래를 규율하는 공정위와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동반성장위가 협력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경제민주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노 위원장은 또 “경제민주화 정책도 ‘정상 이상의 보상을 추구하는 부당한 활동 규율’에 집중함으로써 각계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중요한 입법과제는 대부분 마무리했다”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율입법과 신규 순환출자 금지 입법을 예로 들었다.

“각계의 불만을 잠재웠다”는 노 위원장의 자신감있는 표현과 달리 두 법안은 많은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법안들이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율 입법’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국회가 법을 개정하자 공정위는 구체적인 규제대상을 정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시행령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총수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로 정했다.

당초 공정위 보고안은 예외대상을 연간 거래총액이 거래상대방 매출액의 10% 미만이며 50억원 미만인 경우로 했지만, 입법예고안에서는 매출액의 12% 미만이며 200억원 미만인 경우로 확대됐다. 예외범위가 크게 늘어나면서 200개가 넘을 것이라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100여개로 감소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안 역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두 법안이 목적한 바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도 개정의견이 쏟아지는 두 법안을 예시로 든 모습에서 공정위 스스로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느끼게 된다.

“3배 손해배상제, 가맹점주 권리강화 등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도 대폭 보강했다”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남양유업 사태 발생 이후 대리점 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자 노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대리점 보호법 제정은 지난 2013년 6월 이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유보된 상황이다. 기존의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 이는 공정위의 책임방기를 인정한 것에 다름없다.

물론 공정위의 2013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는 있다. 노 위원장은 공정위가 한 해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더욱 강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년사에 드리워진 불통의 그림자에 대해서는 노 위원장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자화자찬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경제민주화의 다양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소통에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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