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찬 ㈜유선무역 대표   ©중기이코노미

이기찬 ㈜유선무역 대표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일도 일이지만, 40년간 현장에서 부딪치며 익혔던 무역실무를 후배 기업인들에게 전수해 주기 위해 부산·울산·대전 등 지방 강의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 코엑스 인근에서 중기이코노미와 인터뷰를 한 지난 27일도 강의를 앞두고 겨우 짬을 낼 수 있었다.

“관계를 유지하는 힘은 신뢰에서 나와”

40년 ‘무역맨’으로 살아온 그에게 무역이란 무엇일까. “무역은 무엇을 외국에 팔거나 사오는 것”이라며 “거래 상대방이 외국에 있을 뿐이지 국내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 크게 다를바 없다”고 했다. 차이라면 장거리 운송에 따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과 통관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정도다.

이기찬 대표는 “기본적인 무역업무의 흐름만 이해하면 누구나 무역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기이코노미

그렇지만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이 대표는 “오랫동안 바이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무역맨 초기 시절, 미술 화구용품을 취급하는 이탈리아 업체의 에이전시로 일할 때다. 당시 대만에 공급할 물건이 선적과정에서 파손됐는데, 계약서상 바이어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되레 바이어가 그에게 보상을 요구했고, 이탈리아측은 보상해줄 이유가 없다며 이를 묵살했다. 그는 고민 끝에 바이어의 요구를 들어줬고,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오랜 벗’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무역이란 게 개인주의와 공리주의에 바탕을 둔 서양철학의 ‘존재론’보다 공동체주의를 기반으로 한 동양철학의 ‘관계론’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 중요한데 재벌·대기업 비중 너무 높아”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무역업이 완전자유화 됐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무역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던가.

이 대표는 “자원이 부족하고 국내시장이 협소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무역업은 소규모·소자본으로도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이 전 세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괄목할 성과를 거뒀지만 아이템이 편중돼 있는데다, 재벌·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이기찬 대표는 “열정과 땀으로 젊은 날을 보냈다면, 이제는 후배 무역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 대표는 입사 초기부터 수출업무를 맡으면서 무역과 인연을 맺었다.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한 전세계 40여개 국가를 누볐다. 그는 “열정과 땀으로 젊은 날을 보냈다면, 이제는 후배 무역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1년에 1권씩 무역 관련 책을 집필하고 있다. 지금까지 13권이 세상에 나왔다. 일 때문에 잃어버린 취미생활도 되찾고 있다. 몇 년전까지 풀코스 마라톤을 뛰기도 했고, 대학 졸업 이후 손 놓았던 기타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무역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실무 도서를 묻자, 만화로 된 세계사인 ‘먼나라 이웃나라’를 그는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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