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동절 행사는 여느 때보다 의미가 남달랐다. 조선·해운업계 등의 구조조정으로 대형 실직사태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정치권은 구조조정과 함께 실업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나름대로 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불투명하다. 또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견법 등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정부에서 ‘중장년 일자리법’이라고 말하는 파견법은 계약직으로 사람을 뽑는 사실상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노동절’의 기원과 의미를 되새기면, 100여년 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126년 전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근로시간 쟁취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노동절, 그 의미를 담기에 대한민국의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무엇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은 강요하면서,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일부 경영인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노동절 행사에 참석한 수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한국경제의 위기는 노동자들이 일을 덜 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재벌들의 부실경영과 근로조건 개악이 그 원인이다”고 주장했다. 또 “1997년 IMF 외환위기때 도입된 정리해고와 파견근로법 때문에 지금의 젊은이들이 평생 비정규직의 운명으로 살아가게 된 뼈아픈 현실을 반복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절박함이 가득했다.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킨다면, 위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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