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에서 2012년까지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가구가 7.2배나 늘어나는 과정에서 필수 소비재보다 음식·숙박·교통·교육 등 서비스 부문의 지출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박문수 연구위원 등은 25일 ‘가구특성에 따른 소비지출행태 분석 및 시사점’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하고, 이러한 변화에 부합하는 대응방안이 나와야 내수시장 위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음식·숙박, 교통 등 서비스 부문 빠른 확대

보고서는 먼저 우리나라의 급속한 인구조로 현상을 지적했다. 1990년에 56.9%였던 20~30대 젊은층 가구 비율은 2012년 23.4%로 절반 이상 축소된 반면, 60대 이상의 고령가구는 3.4%에서 24.3%로 무려 7.2배나 늘어난 것.

가구주 연령별 비중 변화 추이

<자료=산업연구원, 출처=‘가계동향조사’ 원시자료(통계청)>

이같은 가구주 구성의 고령화는 소득 대비 지출을 증대시킴으로써 가계소비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가계지출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등 필수 소비재 비중이 가장 높지만, 총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음식·숙박·교통·교육 등의 서비스 부문에 대한 지출비중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1990년 30.6%였던 필수 소비재 비중은 2012년 17.6%로 하락함으로써 소득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는 발생하지 않는 엥겔법칙이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으로 음식·숙박(12.7%), 교통(11.6%)을 들었다. 가구의 소득증가에 따른 여행 및 외식 증가와 자동차 보급 대중화로 인한 차량구입비용, 자동차 구입에 따른 유류비 및 유지비용 등의 현저한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가 밝힌 가계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지출비중은 1990년대 51.9%에서 2000년대 61.8%로 9.9%p 증가했다. 서비스 지출비중 증가율을 100으로 잡았을 때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통신 40.1%, 음식·숙박 27.5%, 교통 22.5%, 교육 7.4%로 이들의 소비가 가계지출의 서비스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화 사회, ‘빈곤화 사회’ 의미도

보고서는 오락·문화를 제외한 대부분 서비스 품목들이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소득보다 지출 증가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교육이나 교통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지출의 증가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반면, 보건이나 통신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소득변화에 덜 민감한 필수재적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봤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소득 5분위에서 소득 1분위로 갈수록) 소득보다 지출의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소득변화로 인한 지출 변화는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에서 더욱 큰 것으로 확인됐다.

전 소득구간에 걸쳐 서비스 품목이 비서비스 품목에 비해 소득보다 지출의 증가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추가적인 소득이 발생했을 경우 서비스 품목에 대한 지출을 더 크게 늘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상당 부분은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전제했다. 가처분 가구소득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빈곤율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08년 45.5%, 2009년 47%, 2010년 47.2% 등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노인의 절반 정도가 상대적 빈곤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연령구조 고령화는 상대적 빈곤 그룹의 증가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한다.

서비스 시장 활성화로 선순환 만들어야

보고서는 연령구조 변화 및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교육과 보건 부문 이외에도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졌던 외식관련 서비스, 오락·문화, 여행과 관련된 서비스 지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향후에는 이들 부문에 대한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서비스산업의 성장 잠재력과 시장의 확장성을 담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문수 연구위원은 “이러한 변화에 맞는 대응방안을 통해 서비스부문에 대한 경쟁력 향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내수시장 위축을 극복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한 후, “저소득 고령층에 대한 소득수준 향상과 빈곤방지를 위한 일정 수준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같은 정책적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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