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 이하 옥시)의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지난 2일 5년만에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가슴 깊이 사과를 드린다”며 7월까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고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옥시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는 면피성 사과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지난 5년간 이렇다 할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사과에 나섰다는 점이 석연치않다. 또 이번 사과발표에서는 ‘포괄적’,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 등의 애매모호한 표현만 나열했을 뿐 시기·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옥시의 이번 사과발표는 검찰조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여론이 악화돼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되자 부랴부랴 마련한 모양새다. 실제 대형마트 매장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옥시의 제습제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3% 감소했다. 또 표백제와 섬유유연제 매출도 각각 38%, 7%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온라인 쇼핑몰의 판촉행사 한 담당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소비자들의 환불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옥시측에서는 본사에서 검사결과가 나와야 환불과 관련된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이라 우리도 난감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기업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기업이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되며, 기업활동 과정에서 윤리적·도덕적 책임과 그에 따른 경제적·법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다. 기업의 이익이 사회구성원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옥시는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회사 법인을 해산하고 사명을 두번씩이나 바꾸며 사건을 은폐·축소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여왔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홈페이지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자랑스럽게 내걸기 전에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하고 완전하며 포괄적인 보상안’을 윤리적이며 구체적으로 실천하는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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