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린 기업들이 소송에서 질 경우, 통상임금은 현재보다 평균 48.4% 인상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5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개 기업에서 86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고 8일 밝혔다. 1심 계류 중인 소송이 59.3%로 가장 많았고 2심 전(16.3%), 3심 전(15.1%)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평균 48.4%의 통상임금 인상이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법원에서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을 때의 예상 인상률이다. 구간별로 보면 50~75% 인상될 것이라는 기업이 9곳으로 가장 많았고 25% 이하라는 응답은 7곳, 25~50%라는 응답은 5곳, 100% 초과라는 기업은 1곳이었다.

통상임금 소송이 본격화된 것은 2012년 3월 대법원의 금아리무진 판결 이후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라도 통상임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2013년 12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전원합의체는 “소정근로에 대해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면서도 “상여금 소급분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급심에서는 고정성과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범위를 두고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통상임금의 ‘고정성’이란 초과근로를 제공할 당시 업적, 성과 등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임금 지급이 확정돼 있었는지 여부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상여금 추가 지급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추가임금 지급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한 부분이다.

때문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소송은 더욱 빗발쳤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총 86건의 통상임금 소송 중 54.7%에 해당하는 47건이 전원합의체 판결(2013년 12월) 이후 제기됐다. 금아리무진 판결부터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2012년 3월~2013년 12월)까지 제기된 소송은 34건이었다.

통상임금 문제 해결 방안으로 대기업 쪽에서는 ‘통상임금 정의를 입법화해야 한다’(32%)고 제시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해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상임금 범위를 노사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24%), ‘임금 항목을 단순화해야한다’(24%)는 답변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강원랜드, 기아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대유위니아,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만도, 부산교통공사, 삼성중공업, 쌍용자동차, S&T중공업, SK이노베이션, STX조선해양, 유한킴벌리, 전북대병원,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타이어,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현대위아, 현대자동차, 현대케피코를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