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9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가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무릅쓴 불가피한 조치인지, 그리고 국가의 안보를 위한 합법적인 판단인지를 묻기 위해서다. 이들이 위헌소송을 하게 된 데는 결국 정부가 거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를 믿고 남북경협사업에 뛰어든 입주기업들이 되레 정부 때문에 피해를 입었는데, 내놓은 대책이란게 피해 보상이 아니라 지원이 전부였다.

이처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위헌청구 소송을 하게 된 것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지만,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과연 정부를 믿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에 닿아 있다. 심지어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도의 통치 행위’로 다스려야 한다면, 우리 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상식과 합리 그리고 법치는 어디에 발을 딛고 서 있어야 하는지를 따져 묻고 있다.

올초 북한의 핵실험에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대응하는 정부의 판단능력을 보면서 ‘합리’에 기반한 조치인지 많은 의문이 제기됐었다. 이번에 163개 개성공단 관련 업체들이 위헌청구 소송을 낸 것은 긴급성 여부를 떠나 법치주의의 가치 보호란 측면에서 많은 것을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위헌청구 소송을 예사로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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