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방안은 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국회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공급과잉으로 부실화된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가 강도높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10일 ‘올바른 기업 구조조정 원칙과 방안’을 모색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은 공적자금을 쏟아붓는 관치금융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며 “국회를 중심으로 한 협의체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실련이 10일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책은행을 동원해 공적자금으로 부실기업을 연명해 주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사진=경실련>

◇“정부주도는 좀비기업 부실 연장”=경실련 금융개혁위원장인 정미화 변호사는 “정부 주도로 진행된 구조조정은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동원해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부실을 연명해주는 방식”이라며 “진작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들이 공적자금만 받아 국가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책은행이 지원한 자금 중 12% 가량이 한계 대기업에 투입됐다. KDI보고서는 “정부주도는 좀비기업의 부실 연장 뿐 아니라 국책은행의 부실까지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는 “정부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그리고 지난달 26일 세차례에 걸쳐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공적자금 투입을 언급하면서도 얼마의 재원이 필요한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국회·채권단·협력 및 하청업체·근로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범구조조정 협의체’가 ▲대상기업 선정 ▲실업 및 지역경제영향 대책 ▲공적자금 투입 및 회수방안 등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주주 경영실패 책임져라”=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공적자금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고,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구조조정 정책은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과 회사채 매입을 국책은행이나 공공기관이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채권단이 과잉공급으로 부실화된 STX조선해양(4조5000억원)·성동조선해양(2조5000억원)·대우조선해양(2조8000억원) 등에 10조원 가량 쏟아부은 자금이 국민의 혈세로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채권은행이나 금융위원회가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 채무면제, 채권을 출자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은 도덕적 해이와 관치금융만 심화시킨다”며 “경영실패 책임과 비용은 지배주주·주주·채권자 순으로 부담토록 해야 하며, 채권자로서 책임있는 국책은행 또한 대손충당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아무런 책임감없이 부실 대기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한 국책은행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이라면서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서금회’ 출신 인사들을 국책은행장으로 기용한 청와대 인사라인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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