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신라, SK워커힐 등 면세점 사업자들의 가격담합을 적발하고도 부당이득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만 내렸다. 11일 공정위는 면세점 적용환율을 담합한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디에프글로벌, 롯데디에프리테일, 호텔신라, 동화면세점, SK네트웍스, 한국관광공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면세점은 제품가격을 달러로 표시하기 때문에 적용하는 원·달러 환율에 따라 제품가격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면세점 사업자들은 날마다 바뀌는 외환시장 고시환율 대신 자체적인 적용환율을 썼다. 국산품 원화판매가격을 달러표시 가격으로 전환하기 위한 환율이다. 가령 10만원짜리 국산품에 900원의 환율을 적용했을 경우 달러표시 가격은 111달러다. 1100원으로 적용하면 91달러다. 적용환율이 낮으면 달러화 가격이 낮아져 면세점이 이익을 보고, 높으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 사업자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14차례에 걸쳐 적용환율과 적용시기를 담합했다. 공정거래법 19조 1항 1호 가격 담합에 위배되는 행위다. 담합이 인정될 경우 공정위는 이 기간에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담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과징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으로 면세점간 가격 경쟁이 제한됐으나 최종 판매단계에서 환율보상 할인, 판촉할인 등을 통해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져 달러표시 가격대로 판매되지 않았다”고 사유를 밝혔다. 또 “이들이 담합한 적용환율이 시장환율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 부당이득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