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사업 측면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본 구성 변화, 신규 자금 지원, 채무 탕감·만기 연장과 같은 재무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석기 박사는 11일 연구원이 주최한 기업 구조조정 관련 세미나에서 “기업 구조조정에서는 단순히 재무상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없는 사업은 정리하고 가능성 있는 사업은 추진하는 ‘사업’ 구조조정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기업 구조조정 성공률이 50%대였으나 이후에는 30%대로 감소했다고도 했다. 김 박사는 구조조정 성공률 하락 원인을 분석한 결과 “최근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효율성이 저하됐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추후 큰 폭의 경기 반등이 일어나도 구조조정 성공률이 높아질지는 불확실하다”며 사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997년부터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간 국내 기업을 조사해 보니 기업의 재무 관련 변수는 구조조정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워크아웃의 경우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종료했는지, 법정관리의 경우 상장기업 상태를 유지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구정한 박사는 이날 미국 연방 주도로 이뤄진 제너럴모터스(GM) 구조조정을 언급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510억달러의 자금을 GM에 지원했으나 120억달러는 회수하지 못했다. 절차상 논란도 있었다. 연방 파산법 11장에 따르면 채권단 동의하에 회사정리를 진행해야 하나, 파산법 섹션363을 적용해 생략 후 추진했다. 섹션363은 채권단 동의 없이도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의 우량자산을 떼어 내 법원이 매각을 명령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구 박사는 “사후적 사업 구조조정은 고강도의 재무 구조조정을 동반해 이해관계자의 희생이 동반된다. 사전적, 자발적 사업 구조조정이 바람직하다”면서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에서는 명확하고 투명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