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듯 말듯 하다. 정부가 왜 이렇게 안달을 하는지. 공기업은 올해 6월, 준정부기관은 12월까지 정부가 제시한 권고안을 기준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 데드라인까지 도입하지 않으면, 해당 공공기관의 기관장 밥줄이 끊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상당수의 공공기관은 데드라인을 준수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노사정간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이 계속될 것이다.

성과연봉제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별개로 하자. 노사정 갈등이란 사회적 비용을 감수한 대가로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고 치자. 정부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도입 이후 성과중심 문화가 확산되고, 이로인해 생산성 제고와 대국민 서비스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종사자가 수만 명 이상이 되는 기관과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기관이 있다. 기관 전체의 성과 중에서 개인의 성과를 구분할 수 있는 기관과 구분하기 애매한 기관이 있다. 부서 및 개인에 대한 평가문화에 익숙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이 있다. 120개 공공기관 각각은 고유의 조직문화, 역사 그리고 업무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고려없이 사실상 동일한 모형의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 그것도 촉박하게 일정을 박아서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성과연봉제 시행의 전제는 평가의 객관성인데, 현재 120개 공공기관 중 얼마나 되는 기관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일종의 ‘줄세우기식 평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구성원 절대 다수가 수용하기 힘든 제도를 강제로 이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조직운영 리스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생산성 저하와 대국민 서비스 질 저하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하고, 파견법 개정 등 이른바 노동개혁이 실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해바라기’ 관료들의 조급증이 발현된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하란 말이 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도입한 이후 제대로 운용돼 공공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다.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 그리고 설득이다. 군사작전 하듯이 진행하는 지금의 방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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