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A씨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A씨는 2011년 ㈜골프존에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 ‘REAL(리얼)’을 대당 4000만원씩 5대를 구매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기계 값을 포함해 게임룸 하나만을 만드는데 1억원의 비용이 들어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업시작 후 1년이 지나자 골프존은 기계당 2500만원이 드는 업그레이드를 요구했다. A씨는 더 이상 빚을 내지 못해 업그레이드를 거부했다. 그 이후 고객들은 구형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이 영업장을 찾지 않았다. A씨는 이미 투자한 자금이 있어 아예 접지도 못하고 영업을 해봐야 매출 없이 운영비만 들어가 문을 닫아놓은 상태라고 했다.

1년째 개점 휴업중인 대전 유성구의 한 스크린골프 영업장.   ©중기이코노미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이하 전골협) 송경화 이사장은 골프존에서 유상 업그레이드 요구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에서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고객이 외면하고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고비용의 장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크린골프 제작업체 골프존은 이처럼 과다한 유상 업그레이드 요구를 비롯해 장비 매매 폭리와 부당한 코스 사용료 징수 논란 등으로 전골협 회원 등 사업자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존이 가맹점 전환계획을 밝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골협은 골프존 장비로 스크린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는 전국 4800여 사업자 중 75% 이상이 가입한 단체다.

장비 매매비용과 유상 업그레이드 “과다” vs “사실 아니다”

전골협에 따르면 골프존 사업자들은 2011년 출시된 ‘리얼’ 장비를 4000여만원에 구입했다.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빔프로젝터와 스윙플레이트, 컴퓨터 본체로 구성돼 있다. R&D비용이 장비 매매가에 포함된다는 골프존의 설명에도, 사업자들은 골프존이 장비 매매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송경화 이사장은 “골프존이 유상 업그레이드를 반복해 요구하면서, 골프존 기계의 노예가 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전골협은 리얼이 출시되면서 이전버전인 ‘N버전’을 가지고 있던 사업자들은 모두 리얼 제품으로 교체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리얼 출시 1년 만에 골프존은 ‘VISION(비전)’이라는 신규 프로그램을 출시했고, 업주들에게 대당 2500만원이 들어가는 신규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업그레이드는 기기와 프로그램 모두를 포함한다. 한 사업장 당 4~5개의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고 볼 때, 1억원 이상의 업그레이드 비용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비전 플러스’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프로젝터와 그래픽카드 교체비용으로 1대당 464만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골프존의 천태영 홍보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점주들에게 업그레이드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면답변과 수차례에 걸친 확인 전화를 통해, 골프존 홍보팀 유재우 과장은 당초 서면답변에서 “기기 판매는 판매법인에서 한 것”이라고 답했으나, 이를 재차 확인하는 12일 전화통화에서는 “판매법인은 자생적으로 생긴 업체로 골프존과 관계가 없다”며 “골프존은 이들 판매법인에 기기를 3500만원에 공급했으나, 지난해 판매법인을 없애고 직접 골프존이 판매를 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리얼은 4000만원이 아니고 권장소비자가격 3500만원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판매법인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 과장은 판매법인을 중고기기를 파는 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비전의 기본형은 보상판매가(업그레이드 비용)가 1500만원으로 전골협이 얘기한 2500만원과 다르다”며 전골협이 교체비용으로 400여만원을 지불했다는 ‘비전 플러스’ 업그레이드 비용에 대해서는 “하드웨어 가격만 실비로 받았을 뿐”이라고 유 과장은 해명했다.

스크린골프 게임룸 내부.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빔프로젝터와 스윙플레이트, 컴퓨터 본체로 구성돼 있다.   ©중기이코노미

전골협 송 이사장은 “일반 사람들은 업그레이드 안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지만, 게임사업을 하면서 구버전으로 영업하는 것은 장사를 안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구버전 프로그램이 있는 사업장에는 고객이 왔다가 이를 알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말했다.

점주들 압박하는 월 200~300만원의 코스 사용료

골프존은 리얼을 출시하며 이전에는 무상으로 제공하던 15개의 코스 사용료도 모두 유상으로 전환했다. 1명이 18홀 1코스 게임을 이용할 때 한 게임당 2000원씩 코스 사용료가 부과된다. 점주들은 이 코스 사용료를 R캐시라는 형태로 미리 충전해야 스크린골프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금액이 매월 200~300만원이 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게임가격이 떨어져 한 게임당 1만원을 받는 매장이 상당수인데, 2000원의 코스 사용료는 매출의 20%에 해당돼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골프존 천 팀장은 그러나 “지난 2011년 법원으로부터 ‘라이브 이용료 과금은 정당하다’고 판결 받은 바 있다”며 “게임가격을 내린 것은 점주들의 결정이므로, 골프존이 코스 사용료를 인하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송 이사장은 “미국 풀 스윙사의 경우 6000만원의 기계를 구입하면, 65개의 골프 코스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골프존도 처음에는 코스 사용료가 무상이었다. 유상전환될 것을 알았다면, 골프존 장비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후죽순 스크린 골프장, 골프존은 나몰라라”

왼쪽은 서울시 송파구의 골프존 사업장 분포도, 오른쪽은 창원시 한 건물에 두 개의 골프존 사업장이 들어서 있다.<자료=골프존 홈페이지 내 매장 찾기 서비스>

전골협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업장 과포화 상태라고 지적했다. 스크린골프 열풍으로 우후죽순 스크린 골프장이 생기면서,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같은 건물에 2개의 골프존 사업장이 영업 중인 곳도 있다. 창원시내의 한 건물에는 지하 1층과 3층에 각각 스크린 골프장이 위치해 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두 곳의 사업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창원지역의 또 다른 사업장 강연희 대표는 사업장을 오픈하고 몇달 만에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또 하나의 골프존 사업장이 생겼다고 했다.

점주들은 상권을 보장해 달라며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공정위는 골프존과 골프존 기계를 구입해 차린 스크린 골프장이 가맹사업관계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지난해 내놓은 바 있다. 골프존은 기계 판매업체이므로 시장과밀과 상권보호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점주에 불리한 가맹전환 조건” vs “확정하지 않았다”

골프존과 사업자들간의 대립이 계속되자 골프존은 최근 “사업자 영업환경 개선을 위해 가맹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골프존이 제시한 가맹점 전환 조건에 대해 점주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구형 버전인 리얼은 가맹 대상에서 제외하고, 신형인 비전만 가맹대상이며 ▲비전 장비도 보유 대수의 40% 이상을 신 버전인 넥스트비전으로 유상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 ‘불공정 거래행위의 금지’ 조항에는 ‘계속적인 거래관계에 있는 특정사업자에 대해 거래를 중단하는 행위’,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 스크린골프 점주들이 골프존의 부당행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사진=전골협>

이에 대해 골프존은 “골프존 사업자 단체들과 상권보호 및 적정가격 유지를 위해 가맹사업을 검토 중”이라며 “가맹사업 전환 조건은 아직 확정 전이고, 비전 장비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가맹사업 전용 신제품을 원가 수준에서 공급한다는 것으로 가격 및 로열티는 아직 미정”이라고 답했다. 골프존 천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새로 출시되는 ‘넥스트비전’은 가맹점 전환 시 가맹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원가 수준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설립해 스크린골프 열풍을 일으킨 골프존. 2009년에는 벤처기업대상 석탑산업훈장을, 2012년에는 대한민국 기술대상 은상, 2013년 대한민국 IT Innovation 대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표창을 수상하는 등 창조경제의 모범으로 거론되는 기업이다.

하지만 상생과는 거리가 먼 경영방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골프존은 2013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 선정됐으나, 지난해 ‘1년간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 효력정지’ 조치를 받았다. 골프존이 2014년 8월 공정위로부터 스크린골프 점주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으로 과징금 처분 명령을 받았고, 검찰에 고발 조치돼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는 것이 결정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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