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시가 서울메트로 등 15개 산하기관에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 도입 계획을 밝힌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1~2명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노동이사는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사항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참여한다. 근로자 특유의 지식과 경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도입 대상은 서울시 산하기관 중 근로자가 30명 이상인 공단·공사·출연기관이다.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서울의료원, SH공사, 세종문화회관, 농수산식품공사, 신용보증재단, 서울산업진흥원,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문화재단, 시립교향악단, 서울연구원, 복지재단, 여성가족재단 등 15개 기관이 대상이다.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곳은 노동이사 2명을, 그 미만은 1명을 임명한다. 

경영계는 노동이사제가 한국 시장경제와 맞지 않는다며 불편함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0일 “서울시가 모델로 한 독일식 노동이사제는 기업들이 2차 대전에 동원됐던 역사적 반성에 따른 것으로, 이제는 독일에서도 자본시장 발전을 막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제도로 외면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시장 경제체제인 한국에서 이를 도입한다면 많은 부작용과 분쟁을 낳을 수밖에 없다. 노동이사와 경영진의 의견 대립으로 이사회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면서 “서울시는 위험하고 무모한 실험을 할 것이 아니라 산하기관의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노동이사제 철회를 촉구했다.

노동계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노동이사 1~2명으로는 이사회 의사결정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발표한 노동이사제로는 이사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실질적인 책임을 담보할 수도 없다. 노동이사가 되면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하므로 노동조합의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경영참여와도 거리가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경영계 반응에도 불쾌함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경총은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자본주의와 기업을 무너트리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할 기업에서 노동자 입장을 반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며 “비상임 노동이사 1~2명 도입에 대한 입장치고는 과한 호들갑”이라고 비판했다.

노사관계의 중심에 있는 고용노동부는 경영계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브리핑에서 노동이사제 관련 질문을 받자 “한국의 노사관계는 유럽과 다르다. 노동이사제는 한국의 노사관계 문화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장관은 “노동이사와 노사협의회 대표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졌을 경우 노사협의회 제도가 수축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이사제의 다층적 의사결정 구조가 빠른 의사결정에 반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