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이 달콤한 것을 준다. 당신은 그것을 집어 들어 입에 넣고 누군가의 몸을 빤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나의 작품은 수많은 타인들의 몸의 일부가 된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단지 몇 초 사이, 나는 누군가의 입에 뭔가 달콤한 것을 넣어주는 것인데, 그것은 무척 섹시하다”(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미술관 한 가운데 사탕더미가 놓여 있다. 신기한 관람객들은 주변을 서성이다 결국은 사탕의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 껍질을 벗기고 입안에 넣는 순간 작가의 작품 의도는 완성된다. 이 작품은 쿠바 출신의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1956년생, Felix Gonzales-Torres)의 ‘사탕시리즈’다.

작가는 사탕을 전시장 바닥에 쌓아놓고 가져가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사탕더미는 애인 로스의 몸무게인 79kg를 늘 유지한다. 또는 작가와 애인의 몸무게를 더한 147kg의 사탕더미를 전시하기도 한다. 전시 도중 관객들이 사탕을 가져가면 매일 빠진 만큼의 사탕의 무게를 채워넣는다.

작가의 전시 주제는 늘 애인 로스였다. 그녀가 에이즈에 걸려 사망할 때까지 애인을 돌보았고, 작가 또한 서른아홉의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하게 된다. 그는 결국은 사라지고 말 삶과 사랑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풀었다. 누군가의 몸에서 녹아 그 사람의 일부가 되는 작품, 소멸함으로써 비로소 사람들의 몸과 기억에 남는 작품을 제작한 곤잘레스 토레스를 위해 미술사의 한 페이지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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