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세액공제를 받은 중소기업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반면 대기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균형발전 담론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경제개혁연구소의 ‘최근 연도 법인세 실효세율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2008~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법인세 세액공제금액 비중은 2007년 21.57%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4년 17.05%를 기록, 지난 8년간 4.52%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4년 전체 세액공제금액 7조3764억원 중 대기업(세액공제대상 기업의 20%)은 6조804억원(전체 세액공제금액의 82.43%)을 가져갔다.

최근 연도 법인세 세액공제 규모추이

단위:개, 백만원, % <자료=경제개혁연구소>

특히 정부가 지난 2011년 세액공제 항목 중 대기업 편중 논란을 초래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 항목을 폐지하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항목으로 전환했음에도 대기업에 대한 혜택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창출투자세액 항목으로 전환한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대기업에 지원된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금액은 1조5075억원이다. 같은 기간 전체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금액 1조6917억원의 89.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금액 중 10%에 해당하는 금액만이 중소기업으로 들어갔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 항목으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추이

단위:개, 억원, % <자료=경제개혁연구소>

1982년에 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인세액에서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한시적으로 도입된 제도임에도 기업에 공돈을 주는 상시투자세액 공제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불러오면서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항목을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 항목으로 전환했다.

설비투자 그 자체만으로 세액을 공제했던 방식에서 고용유지 및 창출을 동반한 설비투자의 경우에 세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외형은 임시투자세액공제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변경됐지만 기업에 대한 상시적인 투자세액공제, 대기업 편중 지원이란 문제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유지됐던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임시투자세액공제금액 전체 규모는 5조8635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에 지원된 세액공제금액은 5조5308억원, 전체 금액 대비 87.28%다.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 항목으로 전환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지원된 전체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금액 중 대기업에 대한 지원비중은 89.35%에 이른다. 대기업 편중 지원의 정도가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 전환 이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추이

단위:개, 억원, %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서비스업 세제 놔두고 국회탓 하는 정부
제조업 비해 실효세율은 높고, 세액공제율은 낮아

정부가 의료산업·정보통신업(IT)·금융업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을 내놨지만, 정작 서비스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되레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국회 때문에 일자리 창출마저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정부 항변이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부의 조세정책이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세율, 서비스업>제조업=최근 8년간 14개 업종을 대상으로 실효세율을 조사한 결과, 소매업이 18.93%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전기·가스·수도업(18.77%) ▲도매업(17.47%) ▲음식숙박업(16.96%) 순이었다. 세율 상위 1~4위가 모두 서비스업종이다. 금융보험업(16.38%), 운수창고통신업(15.07%) 등도 상위권에 속했다. 반면 제조업은 15.03%로 9번째다.

◇세액공제율, 제조업>서비스업=세액공제에서도 서비스업과 제조업간 격차가 뚜렷했다. 14개 주요 업종별 세액공제비율을 살펴보면, 2014년 기준 제조업이 29.06%로 광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금융보험업(1.26%), 소매업(2.13%), 부동산업(2.78%), 음식숙박업 (3.41%), 보건업(6.83%), 운수창고통신업(12.7%) 등 서비스업종의 세액공제율은 제조업과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낮았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나름 정부입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제조업에 비해 높은 실효세율, 낮은 세액공제율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산업정책이 여전히 제조업 중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업(광공업)과 농업에 대한 우대 조세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조세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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