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오너리스크(owner risk)’다. 요약하면 재벌 회장 등 총수(오너) 일가의 일탈이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을 의미한다. ‘땅콩회항’의 대한항공 등 오너와 그 일가의 일탈로 사회적 공분을 샀던 사건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로비혐의가 물의를 일으키는 등 한국기업의 고질병 중 하나다.

총수 일가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현대그룹 역시 다르지 않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현정은 회장의 동생과 제부가 소유한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가 적발돼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물게 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직접 거래가 가능한데도 총수 일가가 지분 90%를 보유한 HST를 거래단계에 끼워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지급했다. 또 현대로지스틱스는 총수 일가 회사인 쓰리비로부터 택배운송장을 비싸게 사들여, 총수일가가 부당이득을 챙기게끔 했다.

특히 쓰리비의 경우, 참여자가 모두 중소기업인 시장에서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부당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축소시킨 행위라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그동안 납품해 온 중소기업을 몰아내고 재벌 총수 일가의 회사가 이득을 낼수 있도록 ‘갑질’을 했다는 얘기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빚더미에 올라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한 가운데 오너 일가의 일탈과 위법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공정위가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를 금지한 규정이 시행된 후 처음 적발된 사례라며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힌만큼 이같은 오너리스크가 더 이상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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