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이론적 기반으로 독일의 ‘질서자유주의’가 새삼 떠올랐다. 질서자유주의는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철학이다. 1%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독일식 질서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오동윤 동아대 교수가 독일식 질서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질서자유주의는 바로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의 경제철학이다. 질서자유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경제 부흥을 이끈 독특한 경제정책이론이다.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독과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다르다. 자본주의가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에 의해 스스로 결정돼야 한다고 하지만, 질서자유주의는 경쟁 상태가 파괴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경쟁질서를 복원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이론이다.

김종인 대표는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박사학위(1972년)를 받을 당시 독일의 경제부흥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재벌에게 과도한 권력이 주어지면 시장질서가 훼손된다고 확신하는 인물이다. 그는 실제로 노태우 정부때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당시 재벌들의 업종전문화를 압박했고, 투기를 위한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토록 강제한 5·8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김종인을 껄끄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 교수는 “1%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는 향후 시장실패를 불러올 것”이라며 “국가가 독과점을 제어하고 불균등한 소득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이 다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자료=오동윤 동아대 교수>

◇“대·中企 격차, 사회갈등 유발”=오 교수가 질서자유주의를 제기한 배경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률 격차 등 경제적 문제가 심각해서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대기업 6%, 중소기업 8%대여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높다. 미국은 대기업 7%, 중소기업 6%대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2000년 이후 대·중소기업간 영업이익률이 많게는 6%포인트 가량 큰 격차를 보이고, 최근 들어 줄어들고 있지만 격차는 여전하다.

오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률 격차는 경제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정부가 경제개발 초기에 대기업에 힘을 모아줬듯, 이제는 중소기업에 정책의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소상공인이 영세한 원인 중 하나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기인한 만큼 이들의 생산활동을 보호하는게 최선의 복지 정책”이라며 “소상공인은 대기업 제품을 소비하는 주체인 동시에 생산활동의 주체인 만큼 독과점·불공정 거래를 제한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제 현황

<자료=오동윤 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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