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취재를 통해 보도한 기사와 관련해 A기업 홍보팀 B팀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A기업과 관련된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틀린 게 없으나, 다짜고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것이 전화를 건 골자다. 개인이 아니라 한 기업의 홍보팀장으로서 공식 취재에 응했고 그 내용 역시 틀리지 않기에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그러면 기사 일부에 대해 수정사항을 메일로 보낼테니 고쳐달라는 것이다. 틀린 사실에 대한 정정보도가 아니라 ‘필요없는 내용이니 삭제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고, 편집회의 결과 이는 편집권을 훼손하는 요구로 역시 받아들일 수 없음을 통보했다.

가타부타를 떠나 한 기업의 홍보팀장으로서 보여 준 그의 언행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홍보팀이면 최소한 언론의 편집권이나 독자의 알권리 등에 대해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마치 언론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려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A기업은 제대로 된 기업문화를 가진 곳인지 의문까지 들었다. 홍보조직 구성원은 취재과정에서 일개 개인이 아니라 기업을 공식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또 취재에 응할 때나 의견을 전달할 때도 예의와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은 홍보조직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언론은 ‘공기’라고 한다. 세상이 썩지 않고 올곧게 돌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공기(空氣)이며, 공공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무기(公器)다. 또 언론은 빈 그릇(空器)이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홍보팀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거짓이나 기만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담을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역시 항상 반론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이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구구절절 변명이어서는 안되며, 무엇보다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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