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웅진홀딩스가 CP 발행 이후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이나 2011년 3월 LIG건설이 CP 발행 후 법정관리 신청을 한 사건으로 인해 이른바 ‘투자요령’이라고 통용되던 상식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뿐 만 아니라 투자상식을 갖춘 투자자들 역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투자적격 믿었는데”…한달 만에 ‘투기’ 등급으로 급락

CP뿐만 아니라 회사채 투자의 기본은 기업의 이름과 간판보다 신용등급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상식은 동양 사태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의 경우 8월28일 당시 CP 신용등급이 A3-로 투자적격 수준이었다. 그러나 29일 B+로 떨어진 뒤 9월27일 B-까지 급락했고, 10월1일 법정관리 신청 이후 추가 하락했다. 투자적격 등급이었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까지 떨어지는데 걸린 시간은 한달여에 불과했다.

웅진이나 LIG 사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웅진 역시 A2-로 투자적격 상태에서 CP를 발행했고 LIG건설 역시 A3-의 투자적격 등급에서 CP를 발행했다. 두 회사 모두 CP 발행 이후 신용등급이 급락했고, CP 3개월물의 만기가 도래하기도 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증권사 신뢰성 따져야”…계열사 통하지 않은 LIG·웅진

회사채나 CP는 증권사를 통해 매입한다. 문제있는 상품을 권하면 증권사도 신뢰성에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이를 근거로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권하는 상품은 일단 신뢰하고 보는 통념이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그러나 동양증권이 동양그룹의 결정에 의해 계열사 CP 판매에 나서면서 증권사에 대한 신뢰도 바닥에 떨어졌다. “대기업 계열사인 증권사는 못 믿겠다”는 얘기가 동양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LIG 건설의 CP는 우리투자증권이 판매했고 웅진의 경우는 하나대투와 우리투자증권 등이 판매해 동양의 경우가 오히려 특이한 사례다. 동양 사태에서 증권사 책임론이 유독 크게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반대로 말하면 대기업 계열 증권사에만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핵심은 증권사 전반의 신뢰성이 연달아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이다.

“CP 발행 자체가 멀쩡하단 증거?”…발행 직후 법정관리

시장에서는 “거액의 CP 발행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회사가 안전하다는 증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한다. 심지어 “내가 투자하는 사이에만 망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3개월 만기나 6개월 만기의 단기 CP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CP는 통상 회사채와 달리 1년 만기 이내여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간이 짧다는 점을 이용한 ‘투자전략’이라고 소개한다.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그룹 계열사 CP들 역시 3개월 만기나 6개월 만기 등 단기간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8월말부터 법정관리를 신청한 9월말 사이 발행한 회사채는 총 5000억원이 넘었다. 이중 CP는 3600억원 이상이었다.

LIG 역시 2011년 2월말부터 3월10일까지 200억원대의 CP를 발행한 뒤 그달 21일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2010년 하반기부터 따지면 6개월 새 2000억원대의 CP를 발행해 그 중 1800억원이 부도처리됐다. 웅진의 경우 지난해 7월말 1000억원대의 CP를 발행한 뒤 두달여 만인 9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한 ‘투자요령’중 “내가 투자하는 사이에만 망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투자전략이 아니라 모험적 투기전략이었다. 하지만 신용등급을 따지라는 ‘요령’은 사실 모든 투자의 기본 상식에 속한다. 투기전략부터 투자의 기본까지 CP 투자의 기본상식마저 모두 무너뜨린 동양과 웅진·LIG 사태의 충격은 그래서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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