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출주도 중심 경제정책에서 낙수효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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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수출주도 중심 경제정책에서 낙수효과 없다 1980년 중반이후 임금격차 더 벌어지고 삶의 질 악화시켜

기사입력2016-05-22 13:08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지난 19일 서울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중소·중견기업 R&D 혁신방안’ 포럼에서 대기업 낙수효과의 종언을 선언했다.

낙수효과 종언의 근거로 주 청장은 대기업 해외투자 비용이 최근 20년간 10배 가까이 늘어, 2015년 기준 218억8000만달러인 점을 지적했다. 또 중소·중견기업 수출기여도가 “2015년 35.9%까지 늘었고 올해 1분기에는 38.5%를 기록했다”는 사실도 그 근거로 들었다.

늘어난 대기업의 해외투자 비용 딱 그만큼의 매출(수익)과 고용(임금) 효과가 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외형은 키웠지만, 해당 기업 종사자를 제외하면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것과 다름없다.

중소기업의 수출기여도가 증가 추세임을 근거로, 주 청장은 우리의 경제 생태계가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중견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수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주 청장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 그렇게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낙수효과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주 동원하는 논리다. 수출이 잘되면 기업은 투자와 함께 일자리도 늘어나고, 중소기업 역시 온기가 내려가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래 그래프는 낙수효과가 존재하지 않음을 한 눈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료=홍장표 교수 부경대 경제학부, ‘소득주도 성장과 중소기업의 역할’, 8p>

위 그래프를 보면 대기업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과 관계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노동생산성 그리고 임금격차가 일본과 비교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생산성과 임금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본집약·노동절약적 생산방식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하는 것과 함께 외주 용역화 등을 통해 직접 고용의 총량을 최소화했다. 노동생산성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생산방식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원하청 관계 속에서 노동집약적 생산방식을 통해 저임금을 활용, 비용경쟁력을 추구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과의 갑을 관계에서 주문생산을 넘어 자체적인 기술혁신을 추진할 유인을 갖지 못하는 생산방식이다. 결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주도 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만 초래할 뿐이다.

그렇다면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은 국민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자료=홍장표 교수 부경대 경제학부, ‘소득주도 성장과 중소기업의 역할’, 6p>

1997년 이전 한국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생산성 증가율과 유사한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이 증가하는 만큼 근로자의 임금소득도 증가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실질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후 양자간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 정책으로 근로자 삶의 질이 나아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다는 얘기다.

임금근로자 이외 자영업자 삶은 나아졌는가? 1997년 이전 자영업자 1인당 소득이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보다 높았다. 그러나 1997년 이후에는 자영업자의 실질 소득이 정체됨에 따라 임금근로자 1인당 보수와 자영업자 1인당 소득 사이의 차이도 커졌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 정책이 자영업자의 삶도 팍팍하게 했다는 말이다.

한때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이 국민경제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했던 시기가 있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80년대 중반까지는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는 만큼 실질임금도 증가했고, 생활조건도 크게 개선됐다. 대기업 수출주도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가 존재했던 시기다. 역시 80년대 중반 시점까지는 자영업자에게 분배되는 몫도 근로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8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 낙수효과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대기업 수출주도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 하에서는 낙수효과가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중소기업청장의 낙수효과 종언 발언은 그래서 반갑다. 낙수효과 종언 발언이 현실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