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이들이 각자 창업의 길로 나섰다가 다시 뭉쳤다. 각 전문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이 모인만큼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모범 표창’을 받는 등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자칭 ‘독수리 5형제’라고 부르며 영업전선에 나서고 있다.

한때 한 회사에서 한솥밥을 먹던 30대 청년 5명이 의기투합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사진=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

◇서로 다른 전문분야서 한솥밥 먹다=이들은 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 ‘카피카피룸룸’이다. 지난해 3월 30대 CEO 5명이 의기투합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한때 K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들은 각자 창업을 했다가 ‘현실의 벽’을 실감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이들이 술 한잔 하자며 만난 자리에서 다시 뭉쳤다.

무엇보다 각자 전문분야가 달라 재결성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총괄을 맡고 있는 김현민 이사장(경력 15년차)을 비롯해 김정우 팀장(영업·13년차), 박성진 조합 사무국장(영업·운영·12년차), 황윤아 팀장(기획·9년차), 정주환 실장(디자인·13년차) 등 해당 분야에서 쌓은 경력이 만만치 않다.

이사장과 4명의 이사들은 임원이자 동시에 실무담당자로 일한다.   ©중기이코노미

지난 2012년 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소규모 생산자들이 출자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잉여금을 조합원에게 분배하고 여럿이 경영정보를 공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최근 들어 바람직한 기업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인쇄골목으로 유명한 충무로에서 과감히 나와, 강남 테헤란로에 둥지를 틀었다. 사무실(248㎡), 특히 외벽이 독특하다. 바깥에서 사무실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창이다.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이들의 의지다.

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은 편집디자인서부터 출력 제본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중기이코노미

갓 돌을 지난 탓에 눈에 띄는 매출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협동의 가능성’이다. 김정우 팀장은 “공동사업인 만큼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상호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가 갈리는데, 협력의 근본적인 수단은 커뮤니케이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주 2회 정기회의와 월 1회 임시총회를 고집스럽게 지켜가고 있다. 회의 속에서 도출된 의제는 반드시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구한 뒤 최종 결정한다. 공동생산·공동분배 못지않게 공동고민·공동결정을 하는 방식이다. 김현민 이사장은 “5개의 미완성된 고민이 메아리돼 1개의 더 큰 울림으로 올 것”이라고 믿는다.

카피카피룸룸은 이윤 창출 이외에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회연대은행이 주최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 대안학교인 ‘꽃피울소통학교’에 무상으로 교재를 인쇄해주고 있다. 또 주말이면 사무실을 개방해 인근 주민들이 디자인교육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따뜻한 봄날만큼 마음 씀씀이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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