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지급 소멸시효와 관련해 생명보험회사의 도덕성과 금융감독원의 부실감독이 도마위에 올랐다.

생보사들은 2010년까지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는 ‘재해사망특약’이 포함된 보험상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보험에 가입하고 2년 지나 자살한 경우를 재해사망에 포함한다는 특약이 실수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자살 사망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수익자에게 알리지 않고 절반가량의 금액에 해당하는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자살보험금 피해자들은 2014년 공동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12일 대법원은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보험회사가 지급해야 할 관련 계약의 80% 이상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2월26일 기준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2980건에 2465억원이며, 이 가운데 2314건, 2003억원은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됐다. 이에따라 생보사들은 지급시효가 소멸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수익자가 정당하게 청구한 사망보험금을 약관과 다르게 고의로 일부금액만 지급한 것은 보험약관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과 다르지 않다. 또 피해자들이 공동소송을 제기하자, 행정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어 공소시효를 소멸시킨 것이다.

금감원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생보사는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축소지급된 보험금 잔액을 모두 지급해야 하며,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면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와 관련된 민원이 제기된 것은 2005년부터 였으며, 금감원은 보험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해당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14년 피해자들과 합의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험회사에 보낸 바 있다. 이 공문에서 금감원은 “2005년과 2008년 이와 유사한 금감원의 조정사례가 있었다”며 “이전 분쟁사례에서 자살하는 경우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약관 내용을 해석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보험준법검사국 이우석 부국장은 24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이전에 있었던 이와 유사한 분쟁조정 사례는 약관해석 부문에서 다른 유형의 사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보험사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고,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처분과 함께 관련자 문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을 금융개혁과제로 채택할 만큼 그동안 보험회사들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였음에도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하지 못해 지급시효 소멸 논란까지 가져왔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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