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괜찮은 중소기업들도 의외로 회사 소개를 잘 못해요. 회사에서 무엇을 만드는지만 보여줄 게 아니라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보여줘야 해요. 구직자들은 회사가 가진 가치를 봅니다”

2010년부터 구직자와 구인자의 접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고용진흥원 임재호 공동대표의 말이다. 임 대표는 취업포털 스카우트, 한국세라믹기술원 연구원을 거쳐 취업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채용은 구인자와 구직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야 성사된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청년고용이 최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한편,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일할 사람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일자리 미스매칭이다.

임 대표는 구직자들을 만날 때마다 눈높이를 맞추라고 조언한다.

“구직자가 가진 스펙으로 갈 수 있는 기업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죠. 타협을 해야 해요. 눈높이를 낮추라는 게 아니라 ‘맞추라’는 겁니다”

임 대표가 상담하는 구직자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제 스펙이면 어느 회사 갈 수 있나요?”다. 딱 잘라 대답하기 어렵다. 취업을 결정짓는 변수는 무수히 많다. 대학, 학점, 영어점수, 자격증, 인턴, 공모전, 봉사활동, 해외경험 등 소위 말하는 스펙에 운도 따라야 한다고들 한다.

한국고용진흥원에서는 최근 2년간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구직자의 스펙을 기반으로 취업 가능성을 계량화하는 일이다. 2014년부터 아이템을 준비해 지난 1일에 출시했다. 구직자가 상세 스펙을 적어 내면 이 회사에서 취업가능평점(0~990점), 경기적취업지수, 취업가능등급(1~8등급)을 보고서로 알려준다.

“신용정보회사에서 신용평가를 하듯 구직자들의 취업가능지수를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2~32세 신입 구직자를 대상으로요. 경력직은 스펙보다는 다른 요소들이 많이 작용해 수치화하기 어려울 거라 봤고요”

취업가능등급을 기준으로 구직자가 갈 수 있는 회사군도 제시한다. 수능등급을 받으면 가·나·다군 배치표를 보고 원서를 쓰듯 1등급을 받으면 100대 기업, 3등급을 받으면 코스닥 상장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이 시스템의 이름이 특허 출원까지 한 ‘잡미래(Jobmirae)’다.

한국고용진흥원에는 이 사업이 미래먹거리다. 지금까지는 학교나 기관과 제휴를 맺고 취업컨설팅을 해왔다면 이제 B2C 시장에 뛰어들었다. 직접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마케팅 채널 확보를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었다. 개설한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좋아요(구독자)가 1400명에 이를 만큼 호응도 괜찮은 편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페이스북에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상장기업을 한군데씩 소개 중이다.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구직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을 발굴해 알려주는 일이다. 

이같은 노력은 기업 자체적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 것이 임 대표 생각이다. 코넥스 상장기업정도면 중소기업 중에서도 꽤 규모가 있는 기업임에도 구직자들에게 어필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도 했다.

“홈페이지나 취업포털에 회사를 소개하는 게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닙니다. 회사 전경도 좋고, 직원들이 웃고 있는 모습도 좋아요. 기업 이념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하고 있으며, 어디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구직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구직자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위해선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했다.

“일자리 문제를 기업 혼자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정부에서 도움을 줘야죠.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해 근속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