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트위터에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태그를 따라가 보면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머리, 몸에 딱 달라붙는 스커트, 깊게 파인 셔츠 등 여성이용자들의 자유로운 패션을 볼 수 있다. 길에서 마주쳤다면 한번쯤 쳐다봤을법한 옷차림이다. 이 유행어는 지난 1994년 9월에 방송된 MBC뉴스의 짧은 인터뷰 영상이 1만건 이상 리트윗되면서 호응을 얻었다. 베레모에 배꼽티, 군화를 신은 여성이 등장해 “군화를 신으면 남자들과 대등한 생각도 들어요.…저는 시선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라고 말한다. 누가 뭘 어떻게 입건 개의치 않는 당시 X세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과거의 영상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최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살인사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영상의 여성처럼, 남성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사회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인권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고용과 사회진출은 증가했다. 여성할당제를 놓고 역차별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3.3％에 불과하다. 남성(89.3％)의 3분의2 수준이고, 성별 임금격차도 크다. 또 성폭력·가정폭력 등 각종 범죄에서 여전히 여성은 약자다.

더 큰 문제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차별이다. 여성에게는 자기 마음대로 짧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고, 연령과 관계없이 매력적일 수 있다. 화장이 싫으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도 이를 지적할 권리가 없다.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 뿐 범죄의 책임이 될 수 없다.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모르게 숨어 있는 여성차별 인식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인터넷과 SNS상에서 근거없이 떠돌아 다니는 여성혐오 발언이나 댓글이 지금처럼 방치돼 확대재생산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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