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중소 판매점들이 1000여곳 가량 폐업했다. 서울의 한 전자센터에 들어선 스마트폰 중소 판매점들이 고객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10년째 조립식 PC를 판매하고 있다는 A업체는 31일 “용산전자상가가 전자제품 유통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지도”라면서 “20여년전 워크맨 오디오기기에서부터 개인용 PC, 잠깐 반짝했지만 MP3 열풍도 일었다. 이후 디지털카메라에 이어 노트북 매장이 곳곳에 들어섰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대세”라고 말했다.

전자제품 전문상가의 대명사인 용산전자상가는 스마트폰 판매점이 빼곡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스마트폰 판매 중소 유통상인들로 구성된 (사)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유통재벌 3사의 골목상권 침해로 중소 유통상인이 몰락위기에 내몰렸다”며 “이동통신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적합업종 지정의 필요성’ + 해당 업종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심의·의결한다.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서는 해당 중소기업계가 피해사실에 따른 ‘적합업종 지정의 필요성’과 해당 업종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 요건을 갖춘 뒤 동반위에 신청하면 된다.

이통유통협회에 따르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법) 시행 이후 중소 판매점들이 1000여곳 이상 폐업했다. 반면 이동통신 대기업 3사의 직영점은 2014년 1100여곳에서 2015년 1480여곳으로 35% 증가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이동통신사들의 직영점이나 공식대리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양상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중기이코노미와 전화통화에서 “단통법 시행 이후 중소 판매점들이 위법한 판매행위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하자, 이통재벌들이 손발을 손쉽게 부릴 수 있는 직영점을 운영하는게 낫겠다는 경영상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처장은 이어 “그동안 판매점에 들어가는 각종 보조금·수수료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가입자수를 늘리는 게 목표인 이통재벌들이 직접 목 좋은 곳에 점유한 까닭에 중소 판매점들의 매출이 급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통유통협회는 지난 27일부터 서울시와 함께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협회는 피해 여부가 잠정집계되면 이를 바탕으로 동반위에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문구소매업의 경우 적합업종을 지정받는데 3년 가량 소요된 것을 감안할 때, 동반위에 회부될 경우 장기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동통신 중소 판매점은 전국적으로 1만1000여곳에 달하며, 종사자 수는 20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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