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일반화됐다. ‘당신의 삶을 구조조정해 드립니다’는 광고카피에서부터 비만체형인 이들은 ‘살을 구조조정하자’고 말한다. 기업의 사업구조나 조직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쓰인 경제용어가 학과 통폐합을 유도하는 ‘대학 구조조정’에까지 전방위로 쓰이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 논의를 이끌고, 주도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이 경영난에 처하면 문을 닫을 수 있는게 아닌가’, ‘이런 것 까지 정부가 나서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가 개별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 막대하다. 나라가 사회적인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 그 자체에 대해 논란은 잠시 접어두자. 다만 ‘묻지도 따지지도 마’란 식으로 자산매각하고, 정리대상 숫자를 사전에 정한 이후 인력을 감축하는 ‘깜깜이’ 구조조정방식은 문제다.

조 단위 이상 규모의 비핵심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안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같은 결정이 합리적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 ‘경영상의 결단’이 왜 그 전에 없었는지. 혹여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정치적인 결단’은 아닌지.

인력감축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구조조정 방식은 정리해고 이외 다른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 정리해고는 사회적인 극심한 갈등을 초래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을 보라. 정리대상 숫자를 확정하기 앞서 그 숫자가 왜 나왔는지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경영과 관련 노동조합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했다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먼저 경영자의 몫이다. 정리해고든 구조조정 방안이 무엇이든 그것은 그 후의 문제다.

흔히 구조조정은 수술에 곧잘 비유한다. 구조조정은 수술시간만이 아니라 진단과 수술계획, 수술 후 회복과정 전체가 구조조정 과정에 해당한다. 국회는 수술을 집행하는 집도의는 아니지만 진단과 계획, 과정의 점검, 회복과 재활을 담당하는 수술진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과 그 이후 나타날 사회적 갈등과 고통에 대한 책임은 정치권에 물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난 4월 총선에서 보여준 민의(民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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