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일 주최한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컨퍼런스’에서 맥킨지 서울사무소 최원식 대표는 기업의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한 키워드로 ‘소통’을 제시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문화는 ‘(선진국)추격형·성장형 모델’에 맞는 조직문화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고 목표를 정한다. 목표를 공유하는 방식은 권위적인 리더십에서 시작돼 아래로 내려간다. 위로부터의 방식으로 일방이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에는 구성원이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협의 과정을 거쳐 목표를 세운다. 아래로부터의 방식으로 쌍방향이다.

한국기업과 선진국기업은 각각 사업추진 방식이 다른 까닭에 사업수행의 성과, 결과물을 분배하는 방식도 다르다. 위로부터 일방적인 방식, ‘소통’의 부재는 객관적인 평가와 공정한 보상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평가 또는 보상에 대한 이의제기 통로가 존재해야만 평가와 보상에 대한 구성원의 수용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일방통행인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은 수용성이 낮고,  내부 구성원간 소모적인 경쟁구도만 조장한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로 귀결되지 않는다.

반면 아래로부터의 방식은 위로부터의 방식과 달리 객관적인 평가와 공정한 보상 그리고 그에 대한 구성원의 수용성이 높다. 성과목표 수립 단계에서부터 구성원간 협의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구성원간의 역할이 사전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래로부터의 방식은 소통을 통한 업무추진, 그에 따른 성과목표 달성, 각각의 구성원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한 평가와 함께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구성원의 수용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로 귀결된다.  

 

소통부재인 한국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날 최 대표가 발표한 ‘기업문화에 대한 계층별 인식 조사’ 결과에서 해법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는 대한상의와 맥킨지가 2015년 6월부터 9월까지 100개 기업 4만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 기업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보고서’의 일부분이다. 

‘기업문화에 대한 계층별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를 중간에 두고 ‘아래’와 ‘위’의 격차가 확연했다. 일반직원과 초급관리자 모두 기업문화 항목 대부분에 대해 ‘최하’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경영진은 1개의 ‘최하’ 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최상’ 또는 ‘중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사결과로만 놓고 보자면 ‘아래’와 ‘위’는 각각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는 셈이다. 일반직원은 ‘나쁜’ 기업 그리고 경영진은 ‘좋은’ 기업에서 말이다.

‘아래’와 ‘위’ 사이 골 깊은 간극은 중간관리자에 의해 조정될 여지가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간관리자의 기업문화 인식은 ‘중간’이란 말 그대로 중간 정도의 호불호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위’와 ‘아래’의 조직정서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중간관리자의 역할에 대해 최 대표는 “권위적 리더십에 대한 효과적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는 일반직원 또는 초급관리자의 이해와 요구 그리고 정서를 경영진에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직원과 초급관리자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갖추되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할 줄 아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의 중간리더로서 일반직원들의 다수 의견을 강요가 아닌 설득과 조정을 통해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최 대표의 중간관리자 역할론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이유로 한 반론도 있다.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해 중간관리자가 대 놓고 문제제기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의 기업문화에 문제가 있고, 또 이를 바꿔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방법론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최 대표의 중간관리자 역할론 실현 가능성에 대하여는 다소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문화를 바꿀 수 있는 더 좋은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한 최 대표의 중간관리자 역할론은 여전히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