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캠을 위한 피싱메일. 상단 발신자의 메일 주소에는 영어 스펠링이 누락돼있고 서버도 다르다. 또 이메일 내용에 맞지 않는 URL이 링크돼있다.<자료=한국무역협회>

#해외업체에서 기계류를 수입하는 국내 중소기업 B사는 지난 2014년 거래처로부터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계좌가 바뀌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B사는 1억여원에 달하는 금액을 바뀐 계좌로 보냈으나 거래처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의아하게 여긴 담당자가 거래처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거래계좌를 바꾼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알고보니 거래처의 메일이 해킹돼 무역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같은 스캠(Scam)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스캠은 기업의 이메일 정보를 해킹하고 거래처로 둔갑, 거래대금을 가로채는 범죄수법이다.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캠으로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한 건수는 2013년 44건, 2014년 88건, 지난해 15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서류위조와 금품사취가 가장 많았다.

스캠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부터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이에 앞서 거래은행에 전화해 계좌동결을 요청해야 한다. 돈이 빠져나가고 나면 피해금액을 회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범인을 잡기위해선 해외 경찰과 은행과의 공조가 필요한데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한국무역협회와 법무부, 서울지방검찰청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1일 공동으로 개최한 ‘이메일 해킹 무역대금 사기 대응방안 설명회’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정명국 팀장은 “FBI의 경우 5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해야 조사를 개시하는데다, 해외기업의 피해는 전체 사건에서 비중이 크지않아 공조를 요청해도 회신을 받는데 1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국제 범죄조직에 의해 이뤄지는데, 전세계에 흩어져 있어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도 검거가 쉽지 않다.

이와함께 스캠피해는 범인이 보낸 가짜 이메일에 속은 기업이 송금 후 거래업체에 확인·독촉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약 국제공조로 범인을 잡는다해도 이미 환치기를 통해 제3자에게 송금했거나 물건을 사는데 다 써버린 후가 대부분이다. 돈을 돌려받으려면 현지의 변호사를 선임, 비용과 시간을 들여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미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재판을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무역협회와 법무부, 서울지방검찰청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메일 해킹 무역대금 사기 대응방안 설명회’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스캠을 당했다고 판단할 경우, 우선 거래은행의 본점(외환관리부 등)에 지속적으로 자금반환을 요청해야 한다. 그 후 관할경찰서나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에 신고한다. 신고할 때는 해킹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이메일 로그인 기록 ▲원거래처와 피의자의 유사 이메일 비교 및 송수신 내역 ▲위조한 인보이스(송장, 2만달러이상 인출시) 등을 제출하면된다.

정 팀장은 “계좌가 변경됐다는 이메일을 받으면 반드시 거래처에 전화해 그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며 “스캠은 한순간 방심하면 누구나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사기유형이나 대처방법 등을 숙지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킹피해를 입었을 경우 한국무역협회 트레이드 콜센터(1566-5114)에 문의해 관련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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