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생각에는 분명 우리 회사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직원들은 상명하복 조직구조에 일도 너무 많다며 아우성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속으로는 각자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딱 맞는 말이다.

페이스북에는 ‘일 못하는’ 직원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비공개 그룹이 있다. 스스로를 ‘일못’이라 자조하는 이들은 오늘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시시콜콜하게 공유한다. 회사에서 큰 실수를 했는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묻는 이도 있고, 폭언을 일삼는 상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고, 매일 철야 근무를 지시하고도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라 믿는 경영진에 분노를 표출하는 이도 있다. 한국 기업문화가 이 정도 수준인가 싶다.

사업주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가보면 정반대의 얘기들이 가득하다. 무단결근·지각, 불성실한 직원들에 대한 성토의 장이 벌어진다. 알바보다 못 번다는 사장도 있고, 본인이 사장인데 직원들 눈치 보느라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사업을 하며 가장 힘든 건 돈이나 일 자체가 아니라 사람 다루기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임직원 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한국 기업문화 보고서는 이런 세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임직원에게 자사의 리더십, 문화 및 분위기, 조율 및 통제, 동기부여, 외부 지향성 등을 평가하게 했더니 직급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일반 직원들은 대부분의 항목을 ‘최하’ 또는 ‘중하’ 수준이라 답한 반면 경영진은 대부분의 항목을 ‘최상’이나 ‘중상’으로 평가했다. 한 회사에 다녀도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

회사와 직원은 근로계약으로 맺어진 계약관계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다.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니 견해차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결국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노력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다. 그래도 누가 조금 더 역할을 해야 하느냐 묻는다면 경영진이다. 기업문화를 혁신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건 경영진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진실한 마음으로 변화를 이끈다면 직원들도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결국 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