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타파를 주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기업에는 호봉급 근로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임금체계를 바꾸고 싶어도 인사평가의 공정성 확보 문제로 주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500대 기업 임금체계 현황 및 애로요인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현재 170개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 35만9428명 중 43.3%는 호봉급 근로자다.  호봉, 근속연수, 연령에 따라 기본급을 정하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다.

호봉급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이를 유지하는 이유는 기존 관행 때문(3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노조의 호봉급 폐지 반대(24.6%), 호봉급을 대신할 대안이 부재(15.3%)하다는 기업도 있었다.

업무수행능력을 급수로 나눠 기본급을 정하는 직능급 근로자는 34.1%,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직무급 근로자는 전체의 10.7%에 불과했다. 직무급은 직무 중요성과 난이도에 따라 기본급을 정하는 방식이다. 기본급 산정방식은 직군에 따라 차이가 컸다. 생산직의 경우 78.8%가 호봉급 근로자인 반면 사무직은 14.2%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은 현행 임금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무임승차자 발생(50%)을 꼽았다. 근로자별로 성과가 달라도 보상수준은 비슷해 무임승차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무별 임금 차등이 어려워 연구인력 등 고급인력 유치가 어렵다(19.4%)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금체계 개편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인사평가의 공정성 확보(50.6%) 문제를 꼽았고 근로자와 합의가 어렵다(37.6%)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전경련이 의뢰하고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이번 조사에는 금융권을 제외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70개 기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6.11%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