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미국이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 반덤핑관세를 매겨 촉발된 무역마찰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지위(MES:Market Economy Status)는 한 국가의 경제활동(제품가격, 환율, 임금 등)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아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국가간 무역에서 시장경제지위를 받지 못하면, 덤핑 판정시 자국내 원가가 아닌 시장경제지위를 지닌 제3국의 원가를 적용한다.

이에따라 높은 덤핑방지관세를 부과받게 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면 패소할 확률도 높다. 일반적으로 ①기업의 의사결정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②국제회계기준의 장부를 사용하면서 ③국가가 기업의 설립과 폐지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④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건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년이 경과했고 2001년 WTO에 가입하는 등 시장경제국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영기업이 핵심 산업을 지배하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은 중국을 시장경제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할 당시 시장경제지위를 부여받지 못해 15년간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시 대체국(시장경제지위를 지닌 제3국) 상품가격을 적용받았다. 값싼 인건비 등으로 반덤핑 조사시 국내가격적용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중국에게는 직격타였다.

그러나 대체국 상품가격 적용이 올해 12월11일 만료됨에 따라 그 후 향방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미국과 EU는 시장경제지위 인정에 대해 재심사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자동적으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수출품의 가격이 저렴해도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워진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국과 EU는 12월11일 이후 중국 시장경제지위가 자동으로 발효될 것을 우려, 잇따라 덤핑제소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총 11건이었던 대중국 반덤핑 제소건수는 올해 5월6일 기준 벌써 12건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기업 역시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기업과 마찬가지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덤핑 마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의 월풀사는 미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에 삼성, LG가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하는 세탁기에 대해 68.92~109.04%의 매우 높은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한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가 위축되고 과잉생산품이 수출로 몰릴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건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철강과 화학을 중심으로 과잉공급이 심각하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가 최근 발간한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와 반덤핑 피소동향’ 보고서에서는 수출물량이 소량인 경우 생산물량을 줄여 중국 내수에 전념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만약 수출물량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클 경우, 덤핑판정이 발생한 국가로의 수출을 줄이고 여타 다른 국가로 수출을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중국의 인건비 등 생산비 급등을 감안해 생산기지를 제3국으로 옮기는 것도 추천했다.

베트남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꼽는 추천국가다. 향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시 미국에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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